'국내 정치 개입 금지, 예산안 제출 의무화 등 국회 통제 강화…'
민주당이 잇따라 내놓은 국가정보원 개혁방안의 핵심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이 개혁안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제출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원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두고 여야가 공수(攻守) 전환 때마다 입장을 바꾼 셈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 개혁은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6년 참여정부 시절 당시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비대한 권한과 기능을 대폭 손질하는 법안을 쏟아냈다. 당시 법안은 민주당이 현재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전향적인 내용이 많았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전부 개정안' 이 대표적으로 ▦헌법·법률 위반 시 국가정보원장 탄핵소추 ▦특정정당 및 정치인 동향파악 감시 금지 및 처벌 조항 추가 ▦국정원 대공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 강화 ▦예산안 첨부서류 국회 제출 의무화 등 혁신적인 내용이 대다수였다.
당시 이 법안에는 여의도연구소장이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무성 홍준표 등 중진 의원 19명이 서명했고,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보고 돼 사실상 당론으로 추인됐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2003년 당내'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설립 기획단'을 설치하고 국내 수사 파트를 검찰로, 대북관련 부문은 통일부와 기무사로 이관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개혁 요구를 '여당 견제용'으로 판단하고 애써 눈을 감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내 정치사찰 기능을 폐지하는 대신 대북ㆍ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해외정보처'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이후 국정원의 조직적 반발 등에 부딪히며 국정원 개혁 공약은 결국 유야무야 돼버리고 말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의 입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 요구에 "국정원 개혁은 법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문제"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정원의 위상을 변화시키지 않는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정권 보위 기구로 활용할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장에 대통령 측근을 임명하다 보니 국정원이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정보기구로 전락하는 것"이라면서 국정원의 기능 위주 재편을 촉구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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