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은 8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2-7로 패한 전날 경기를 떠올렸다. 그는 "만원 관중 앞에서 포스트시즌과 같은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1승과 바꾼 소중한 경험이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선발 배영수에 이어 6회말부터 장원삼을 투입하는 강수를 띄웠다. 포스트시즌에서나 볼 수 있는 '1+1'작전, 주말 맞대결에 임하는 두 사령탑의 각오는 남달랐다.
이날 경기는 더욱 가열됐다. 두 팀의 질긴 '악연'까지 되살아났다. 1-3으로 뒤진 삼성의 6회초 공격 무사 1루에서 1번 배영섭이 LG 선발 리즈의 151㎞ 강속구에 헬멧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진 것. 김기태 LG 감독까지 나와 배영섭의 상태를 살필 정도로 큰 부상이 우려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삼성으로선 가슴을 쓸어 내린 순간이었다. 불과 한달 전, 지난 8월13일 조동찬이 대구 LG전에서 1루수 문선재와 충돌해 왼 무릎 골절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악몽이 떠오르는 상황이었다.
LG와 삼성은 1990년대부터 재계를 대표하는 구단답게 잠재된 라이벌 의식이 드러나곤 했다. 배영섭의 사구로 시작된 두 팀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리즈가 7회초 삼성 선두타자 박석민의 몸에 다시 공을 맞히자 박근영 주심이 마운드로 걸어가 리즈에게 경고를 보냈고, 보다 못한 김 감독은 리즈를 강판시켰다. 7회말 LG 공격 때는 1사 후 삼성 안지만이 던진 공이 정성훈의 등 뒤로 날아가면서 두 팀 사이에 다시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두 감독의 지략 대결도 치열했다. 류 감독이 1-3으로 뒤진 7회초 1사 1ㆍ3루에서 대타 이승엽을 투입하자 김 감독은 왼손 스페셜리스트 이상열을 호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류 감독은 4-5로 뒤진 8회에도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해 승리 의지를 보였다.
선수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사령탑의 두뇌 싸움 끝에 LG가 5-4로 신승을 거두고 하루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LG는 65승46패, 2위 삼성은 1경기 뒤진 62승2무45패다. 8회 나간 LG 마무리 봉중근은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34세이브를 올렸다.
목동에선 넥센이 박병호의 홈런 한 방을 앞세워 '가을 야구' 굳히기에 들어갔다. 박병호는 두산전에서 4-5로 뒤진 8회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넥센의 6-5 승리.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4위 넥센(61승2무48패)은 두산(62승2무48패)과의 2연전을 싹쓸이 하고 4연승을 달렸다. 양 팀의 승차는 0.5게임 차다. SK는 인천 NC전에서 장단 14안타로 10점을 뽑아10-6완승을 거뒀다. 광주에서는 한화가 KIA에 8-7로 역전승을 거뒀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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