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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막아라" 16개 연구기관 과학자들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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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막아라" 16개 연구기관 과학자들 뭉쳤다

입력
2013.09.0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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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우리 강은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더구나 올해는 유독 심하게 확산돼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 탓이냐를 놓고 말이 많다. 지금까지는 녹조가 한참 생기고 나서야 부랴부랴 황토를 뿌리는 등 뒷북 대응을 반복해왔다. 애꿎은 어민들만 번번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보다 못한 과학자들이 뭉쳤다. 지난달 26일 국내외 녹조 연구자들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모여 심포지엄을 열었다. KIST를 비롯한 16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녹조방제기술개발연구단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30억원을 들여 녹조 발생을 미리 막거나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낙동강 독성 제거 시스템 계획

우리 하천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다. 뜨거운 햇빛으로 수온이 올라가고,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이 많고, 물의 흐름이 적은 3가지 조건이 들어맞으면 남조류는 수면 가까이에서 빠른 속도로 번식한다. 남조류가 엄청나게 증가하면 수면은 마치 초록색 막을 씌워놓은 것처럼 보인다. 수면이 이렇게 남조류로 뒤덮이면 햇빛과 산소가 물 속으로 잘 들어가지 못해 물고기를 비롯한 하천의 생물이 살기 어려워진다.

최근 녹조가 독성 물질을 내놓는다고 알려지면서 하천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인체 유해성도 심각히 제기됐다. 문제는 그 물질이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구체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는 것이다. 녹조가 발생한 국내 강에서 간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 성분이 나오긴 했지만, 여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 가운데 뭐가 문제인지 과학자들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이상협 KIST 녹조방제기술개발연구단장은 "저명한 녹조 전문가인 독일 베를린공대 스테판 플럼마커 교수가 공동연구단장으로 참여해 국내에 두 달 가량 머물면서 녹조에 생긴 독성의 정체를 첨단 측정 장비를 이용해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성 물질의 특성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최대한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방법을 찾은 다음엔 낙동강에 소규모로 독성 제거 시스템을 구축해볼 계획"이라며 "독일과 과테말라, 브라질, 중국에는 이미 이 같은 녹조 독성물질 해독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미생물로 미생물 억제

녹조 자체를 제거하는 새로운 방법도 구상되고 있다. 하천의 물 속에는 수명이 다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공존한다. 한여름 녹조가 기승을 부릴 때는 기를 펴지 못한 이들이 10월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남조류보다 훨씬 활발히 활동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녹조가 줄어드는 이유가 이들 덕분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녹조방제기술개발연구단에서 맡은 부분이 바로 녹조 분해 미생물을 활용해 녹조를 제거하는 기술 개발이다. 그런 미생물이 어떤 종류인지 알아낸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녹조를 싹 없애겠다고 분해 미생물을 다량 넣어버리면 그 미생물이 하천 전체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오희목 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시스템연구본부장은 "녹조가 적을 때와 많을 때 분해 미생물의 양에 따라 하천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장기간 분석해 실제 강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조류가 번식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영양분은 인(P)이다. 하천으로 배출되는 물은 보통 하수 처리장을 거치는 동안 인을 비롯해 녹조 발생에 영향을 주는 영양 성분이 걸러진다. 이 과정에서 현재 기준보다 인 농도를 크게 떨어뜨리면 녹조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단은 보고 있다. 하수에서 인 성분을 많이 붙잡아 빼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녹조 예방과 제거를 한번에 시도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녹조가 확산되면 대개 황토를 뿌려 함께 가라앉히거나 물 속에서 발생시킨 미세한 기포를 끌어올려 물리적으로 걷어내는(부상 분리) 방식으로 제거한다. 이 단장은 "기포가 너무 작으면 녹조 무게에 눌려 수면 근처까지 뜨질 못하고 너무 크면 순식간에 올라가버려 녹조를 붙잡지 못한다"며 "녹조를 이른 시간 안에 되도록 많이 걷어낼 수 있도록 기포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녹조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녹조 제거ㆍ예방 혼합기술 개발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녹조를 연구하는 국내 과학자들은 적지 않다. 게다가 녹조 문제가 종종 정치 이슈로 변질돼온 탓에 연구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거나 피해 현장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 본부장은 "각자 단편적으로 해오던 연구를 한데 모으고 여러 과학자가 함께 실제 현장에 적용해보면 최선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조 해결은 더 어려워

강이 녹조로 시름시름 앓는 동안 바다는 적조 때문에 비상이다. 녹조에 비해 적조 연구는 상대岵막?더딘 편이다. 발생 과정이나 유해한 이유 등은 비슷하지만 원인 생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둘 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인데,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는 물에 둥둥 떠 있는 반면 적조를 만드는 와편모조류는 편모를 이용해 이리저리 움직여 다닌다.

발생 장소가 광활한 바다라는 점도 연구가 쉽지 않은 데 한몫한다. 이 단장은 "바닷물에 들어 있는 소금(NaCl)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도 강보다 복잡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적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연구 개발에 본격 투자키로 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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