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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학교에 설 곳 없는 성소수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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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학교에 설 곳 없는 성소수자 학생들

입력
2013.09.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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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 걸까? 내가 없다면 더 이상 문제는 일어나지 않겠지….” 2009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집단따돌림을 당하다 목숨을 끊은 A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다. A군의 사연은 지난달 대법원이 A군 부모가 학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교사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부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이던 A군은 중학교 시절 남학생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퍼진 후 친구들로부터 ‘뚱녀’ ‘걸레년’ ‘나 같으면 뛰어내리겠다’는 등 욕설과 조롱을 들었다. 수업 중 지우개 가루와 감기약 시럽 세례를 받기도 했다. 교사들마저 A군을 ‘1학년 3반 계집애’로 부르며 괴롭힘을 방치했다. 정신건강 검사에서 ‘자살 충동 매우 많음’ 진단을 받은 A군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학교 내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심각하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이반스쿨이 지난해 7~8월 성소수자 255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3.8%(134명)가 학교에서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이 심하다고 답했다. 동성애를 정신병 취급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이 잦고, 이로 인해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친구들이 병균 취급하고 욕할 때마다 진짜 죽고 싶었다” “비밀로 해준다던 선생님이 오히려 성적으로 놀려 친구들한테 더 큰 따돌림을 당했다”고 적었다.

중학교 때 2년간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교 2학년 B군은 “친구들이 책상에 빨간색으로 욕을 써놓거나 탈의실에 불을 끄고 들어와 옷을 벗기고 추행하기도 했다”며 “괜히 일이 커지면 더 괴롭힐까 봐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86%(208명)가 ‘이해하지 못할 게 뻔하다’ ‘소문이 나면 학교에서 매장당한다’는 등 이유로 교사에게 상담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정민석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동성애 혐오에 기반한 괴롭힘은 학교폭력의 심각한 요인 중 하나”라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다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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