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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파스퇴르연구소 '가슴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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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파스퇴르연구소 '가슴앓이'

입력
2013.09.0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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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까지 대대적으로 나서서 유치했던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한국 분소가 정부의 예산 지원 계획이 불투명해져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향후 예산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은 국무회의와 국회를 거쳐 10월쯤 결정될 전망이다.

오우택(서울대 약대 교수)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은 "내년 3월이면 우리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던 10년 계약이 끝나지만, 기업이 아닌 연구기관의 특성상 자체 수익만으로 설립 10년 만에 자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계속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좋은 성과를 앞두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 중심의 지원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 100억원 미만의 예산을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약은 계약"이니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파스퇴르연구소는 발효의 과학을 규명하고 탄저병ㆍ광견병 백신을 개발한 프랑스의 세계적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1887년 설립했다. 면역학과 감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연구소로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했다. 전 세계 30여 분소에 6,000여 명의 연구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2002년 9월 채영복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스퇴르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한국에 분소를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듬해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임시로 둥지를 틀었고, 2009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벨리에 독립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생명과학 기초 연구와 신약 개발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사업 목표다.

미래부는 2004년부터 10년 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매년 120억원을 지원했다. 2006년에는 경기도도 10년 간 매년 3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자체 수익 등을 합하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간 예산은 200억원 규모다.

오 이사장은 "신약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 개발 성과가 이제 막 가시화하는 단계라 외국 대학과 다국적 제약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예산 지원이 안돼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약 성분이 들어갔을 때 세포 하나하나의 형태가 미세하게 변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방법을 개발해 의약학 분야 국제 학술지 에 발표했다. 신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첨단 기술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바라보는 국내 과학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들어와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반면, 애초 기대했던 국내 과학계와의 연구 개발 협력은 정작 턱없이 부족했다는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다. 오 이사장은 "국내 과학자들과 교류가 별로 없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향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는 연구 인력 112명을 포함해 138명이 일하고 있으며, 이 중 15%가 외국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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