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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월 9일] 백로와 추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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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월 9일] 백로와 추분 사이

입력
2013.09.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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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4년 오늘(음력 8월5일) 세종대왕과 좌의정 맹사성의 대화 내용이다. 24절기 가운데 15번째 절기인 백로(白露ㆍ7일)와 16번째 추분(秋分ㆍ23일) 사이는 '노염(老炎)과 조냉(早冷)'의 시기다. 한낮엔 여전히 여름의 폭염이 가시지 않고, 아침저녁으론 이슬이 맺힐 만큼 서늘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날씨로 곡식들은 커져가고 여물어가는 호흡을 반복한다. 이 기간 하루 햇볕은 쌀 10만 가마를 증산한다는 통계도 있다. 매운 고추는 더 맵게, 단 포도는 더 달게 익는다.

▲ 우리에게 백로와 추분 사이 보름 동안은 진정 '황금의 시기'다. 기후가 비슷한 중국에선 닷새씩 3등분(三候)하여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는 돌아가며,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다.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가며 앞날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맑아진 하늘엔 유성과 운석의 활동이 자주 눈에 띄게 되는데, 옛 사람들은 밤하늘의 이러한 반짝임마저 "낮 동안 부족한 일조량을 메워주기 위한 하늘의 은혜"로 여기며 이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 지금을 낭비하는 것은 일년을 허비하는 것이다. 앞서 세종대왕이 이어 내린 추상(秋霜) 같은 명령이다. 촌각(寸刻)을 아껴 한로(寒露ㆍ10월8일)와 상강(霜降ㆍ10월23일)에 대비할 때다. 한여름 뜨거웠던 정쟁이 전환점을 맞았고, 정기국회도 문은 열려있다.

정병진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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