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의 절반 정도가 50대 이상 준고령층이고, 청년층(15~29세)은 8.8%에 불과하다는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전체 취업자 평균연령은 올해 44.6세로 2000년보다 4.3세 높아졌지만, 올해 생산직 평균연령은 2000년보다 무려 7.4세가 많은 48.3세를 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계는 2~3년 전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생산직이 대부분 은퇴하는 2020년대에는 산업현장에 세대간 숙련된 노하우 전수(傳受)의 단절이 확연해지리라는 우려가 무성했다. 실제로 지난 수년 동안 청년층의 생산직 취업 기피 현상으로 산업현장의 젊은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된 것은 물론이고, 후속 생산직 세대를 거의 양성하지 못하는 청년층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해 왔다.
제조업의 노령화는 곧바로 산업의 약화로 이어져 국가 발전의 한계와 그에 따른 침체 위기를 부른다. 과거 '한강의 기적'의 실질적 원동력은 한국 특유의 숙련된 제조업 기술인력이었다. 제3 공화국 시절 많은 직업학교 설립을 통해 젊은 기능인 육성에 힘썼고, 조선ㆍ건설ㆍ자동차ㆍ전자 등의 분야에서 숙련된 일꾼을 대량으로 길러냈다. 숙련된 기능 인력이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다는 생각은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제조업 강국이 오래 전부터 국가 경쟁력 제고 대책의 핵심으로 생산직 후속세대 양성과 기술 숙련화에 애써 온 것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생산직 고령화의 결과로 빚어지는 산업현장에서의 세대간 노하우 단절을 막기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고졸자와 대졸자 간 임금차별을 최소화해 청년들의 생산직 취업 의욕을 일깨워야 하고, 생산직 취업자에 대한 장려ㆍ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 기업의 '숙년(熟年) 사원'처럼, 생산직 인력의 퇴직 후 연장근로 계약제도를 도입해 숙련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 후배 사원에 오랜 세월을 거쳐 정제된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유연한 인식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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