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보수 단체의 압박에 밀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중단되자 영화계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메가박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화인회의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8개 주요 영화단체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프로젝트'의 멀티플렉스 상영 중단에 대한 영화계의 입장과 향후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8일 밝혔다.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관 확대를 촉구하는 네티즌들의 서명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6일 밤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는 "일부 단체가 강하게 항의하며 시위를 예고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된다"며 "일반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상영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개봉 이틀만인 7일 메가박스의 전국 22개 스크린에서 이 영화의 상영이 중단됐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폭침됐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천안함 프로젝트'는 제작 단계부터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해군 장교와 천안함 희생자 유족 등 5명이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개봉 하루 전 기각됐다. 33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첫날부터 이틀 동안 다양성영화 일일 흥행 1위에 올랐으나 메가박스가 상영을 중단한 7일 4위로 떨어졌다. 7일까지 4,28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상영 중단 결정에 특정 단체가 아닌 정치권의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준익 영화감독조합 대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영화가 외부 압박으로 상영 중단된 것은 너무나 부조리하다"고 비판했다. 이 영화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의 정상민 대표는 "이번 상영 중단은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한 다른 의견의 표출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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