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는 영어로 'rain or shine'라고 말한다.(He runs everyday, rain or shine: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달린다) 눈 대신 shine(맑은 날)이 쓰이지만 속뜻은 우리말과 같다. 이처럼 문장 구조보다는 사고 방식이 달라서 생긴 차이가 상당히 많다.
가령 'It will be make or break for our company(우리 회사가 살아남느냐, 망하느냐의 상황입니다)' 란 문장에서 쓰인 make or break는 벽돌을 잘 만들어 낼 것인지 아니면 도중에 깨질 것인지의 얘기지만 실제 의미는 '되든 안 되든'의 뜻으로 통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는 'Do or die'(I'll finish this job, do or die: 나는 죽기 살기로 이 일을 끝낼 거야)인데, 왜 '산다'는 의미의 'live'를 쓰지 않느냐고 미국인 교수한테 물으면 'Do'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살아있어야(alive)'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소위 언어 논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Come hell or high water'도 비슷한 뜻인데 '지옥(hell)'이든 '험한 바다(high water)'에 나가 고생을 하는 것이든 둘 다 힘든 일임을 강조한다. 비슷한 뜻으로 'fair or foul'도 있는데 이것은 야구에서 친 ball이 fair ball이든 foul ball이든 일단 치고 볼 일이라는 뜻에서 쓰인 말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주야(晝夜)'는 영어에서는 'Night and Day'로 순서가 바뀌어 직역하면 '야주(夜晝)'가 된다. 유사한 상황에서 'hit or miss'라고 말하는 것은 '과녁을 맞추든(hit) 아니면 빗나가든(miss) 일단 하자'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이들 표현이 인기 있게 쓰이는 이유는 영어권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두운∙각운 효과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Do or die' 'fair or foul'은 첫 자음이 같은 데서 오는 리듬감, 즉 두운(頭韻, alliteration) 효과가 난다. 'make or break', 'hit or miss', 'swim or sink' 등은 각 낱말의 모음이 똑같아서 생기는 각운(脚韻, rhyming) 효과 때문에 기억에 남고 즐겨 사용하게 된다. 'Don't beat around the bush.'(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을 말하라)같은 격언에서처럼 beat-bush의 첫 글자 두운의 리듬이 그만큼 전달 과정에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특정 어구가 자주 쓰이면 문법 분석보다는 두운이나 각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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