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인식을 거론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다자회담인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차 러시아를 방문한 상황에서 한일 양국간의 이슈인 과거사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일본은 역사를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며 "일본이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해 협력해나갈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대화를 위해서는 일본이 먼저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줄곧 일본의 정치권을 엄중하게 꾸짖던 것에 비하면 원론적인 표현으로 비친다. 또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관계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황상 일본을 겨냥해 작심하고 먼저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외견상 수위가 낮지만 일본이 체감할 충격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을 뿌리쳤다. 그러면서 일본과 달리 과거사 반성에 적극적인 독일을 상대로 일본의 과오를 지적했다. 또한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0일 독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수용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전쟁범죄를 사죄한 바 있다. 따라서 두 정상의 만남에서 역사문제를 언급한 자체로도 일본을 향한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아무리 이웃나라간에 싸움을 해도 다른 나라에 가서는 자제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은 표현은 신중하지만 일본을 제대로 겨냥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해외순방에서도 빠짐없이 역사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과거의 일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일본의 역사인식에 정면으로 우려를 표시한데 이어 미 의회 연설에서는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한중정상회담 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채택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역사인식에 대한 부분을 명시해 일본이 반발한 바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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