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틀째인 6일 주최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독일, 카자흐스탄 정상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갖고 상대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세일즈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오전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중소기업 육성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또한 유럽 경제의 선도국인 독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소기업 활성화 방안, 벤처기업 지원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을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로서 이미 세 차례 만난 적이 있는 두 정상은 올해 수교 130주년과 파독 광부 50주년을 맞아 양국간 교류ㆍ협력의 기반을 더욱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두 정상은 회담 내내 웃음과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자원외교에 역점을 뒀다. 카자흐스탄은 자원부국이자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초석으로,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협력구상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양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한 정상간의 협력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이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한전이 카자흐스탄에 큰 발전소를 짓는 중이고, 80억 달러 이상의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박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박 대통령에는 오후에 마지막 양자회담 일정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한 안보 공조를 다지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주력했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사업 ▦사회간접자본 투자방안 ▦유라시아 경제협력 플랜 등 양국간 다양한 현안을 다루며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극동지역 개발에 성과가 미흡하자 자신이 임명한 전권대표를 최근 경질하는 등 새로운 전환을 꾀하고 있고, 박 대통령도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철도ㆍ가스 등 경제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두 정상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은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박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었지만 꽤 구체적인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푸틴 대통령은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 핵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1월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후속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주목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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