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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9월 7일] 뉴스메이커 국정원

입력
2013.09.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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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대선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더니 보도된 기사가 3만 건 가까이 된다.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열 배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국정원이 뉴스의 중심에 서있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곳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신문에 안 나는 게 가장 낫다"는 말을 달고 산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안기부 시절의 신조는 귀에 못이 박일 만큼 들어왔다. 그들조차도 국정원이 늘 양지에 나와있는 요즘의 상황이 못내 불편할 것이다.

우리 민주주의 시계를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린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전근대적이고 후진적 인식에서 나온 국기문란 행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지만 그 어수룩함과 찌질함에 기가 막혔다. 명색이 국정원 직원이 미행이나 당하고 후미진 곳에서 인터넷에 댓글이나 달고 있었다는 걸 알고 놀라지 않을 국민이 있을까. 이 사건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상당수의 국정원 요원이 종일 댓글이나 달고 월급을 받고 있었을 게 아닌가.

첨단장비를 동원해 고도의 첩보전을 벌이는 정보요원들의 활약상에 대한 막연한 선망은 2011년 인도네시아 특사단 절도사건 때 이미 산산이 깨졌다. 국정원 직원들이 호텔 숙소에 들어가 노트북을 들고 나오다가 특사단에 걸려 국제적 망신을 샀다. 각국의 정보기관도 늘 하는 공공연한 비밀인데 얼마나 엉성했으면 유독 우리만 발각됐는지 한심하다 싶었다. 앞서 2010년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 일행을 미행하다 들켜 정부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정보수집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은밀하게 하는 것인데 이런 식의 아마추어 같은 행태는 국정원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한다.

국정원의 안쓰러운 모습이 이게 전부라면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뛰어난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적 목적으로 써야 할 정보를 조직과 개인의 자리 보전을 위해 악용하는 경우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수사에서 국정원의 영악하고도 약삭빠른 행태가 엿보였다. 대선 당시 대화록을 공개하라는 새누리당 요구에 대통령기록물이니 공개할 수 없다고 했던 국정원이 대선 개입으로 궁지에 몰리자 반격을 가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국기문란 행위를 또 다른 국기문란 행위로 덮은 거나 다름없다. 수년 전부터 내사를 해온 내란음모 사건을 하필 왜 이 시점에 공개했는가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파트 축소 등 국정원 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대공사건 수사를 앞세워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나선 거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정원 언론 파트에는 수십 명의 요원이 있다. 언론의 속성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안다. 대형 공안사건이 터지면 일거에 모든 뉴스를 블랙홀 빨아들이듯 삼키고 정국이 단번에 뒤집힌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는 그런 의도가 먹혀 들어가는 듯 보인다. 국정원 개혁 얘기가 쑥 들어갔을 뿐 아니라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오히려 대공 수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게 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국정원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정권 안위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여론을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려는 가공할만한 국정원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줬다. 이는 역으로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이런 상태에서 국정원의 '셀프 개혁'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자꾸만 괴물처럼 변해가는 국정원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일체의 정치개입을 근절함으로써 국정원을 정보기관 본연의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미국의 CIA(중앙정보국)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같은 국정원을 보고 싶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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