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올 가을 경제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지난 5일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가졌을 만큼, 이 사안의 폭발력은 어마어마하다.
초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과연 기업들의 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가 여부. 사용자측은 도저히 감당키 힘든 부담증가가 예상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시각차는 양측이 제시한 추가부담금액에서 극명히 차이 난다. 공개변론에서 사용자측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통상임금범위 확대시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을 무려 38조5,000억원 이라고 내놓은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5조8,700억원 뿐이라고 밝혔다. 무려 6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여기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노동연구원)은 14조 6,000억~21조 9,000억원의 추정치를 내놓았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이유는 계산법에서 비롯된다.
경총과 한국노총의 차이는 간접비 증가액을 포함시켰는지 여부다. 경총은 2011년 기준 ▦초과근로수당(5조 8,849억원) ▦연차유급휴가수당(9,982억원) ▦변동상여금(7,585억원) 등 통상임금과 연동된 직접비증가액에다 ▦퇴직금(5,997억원) ▦사회보험료(6,190억원) ▦임금채권보장 부담금(61억원) 등 간접노동비용을 합산했다. 여기에 근로기준법 상 정해진 3년치 소급분(24조 8,000억원)과 퇴직급여 충담금 증가액(4조 8,84억원)까지 더해 기업부담금액을 산정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근로자들의 지난해 초과급여(4만1,674억원)에 주40시간 이상 근무자수(392만명)를 곱한 후 이를 토대로 3년치 소급분을 계산했다. 쉽게 말해서 경총은 기업이 중ㆍ장기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모든 비용까지 산정한 반면, 한국노총은 근로자들이 당장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을 추산했다.
추가부담액 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근로자 수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경총은 모든 추가부담비용에 1,334만 5,000명의 근로자 수를 곱했지만, 한국노총은 329만명의 근로자만 포함됐다. 즉 한국노총은 5인이상 사업장에서 주4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 즉 실제 정기상여금 대상자만을 추려낸 반면 경총은 초과급여를 받지 않아 애초 정기상여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근로자들까지 반영한 것이다.
경총의 이 같은 계산법에 대해서는 재계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이번 논란의 핵심인데, 경총 추정식은 기업이 정기상여금과 관련 없는 근로자들에게까지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산정됐다”며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노동연구원 추정치가 비교적 객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연구원은 경총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부담액을 추정했지만, 근로자의 임금 중 고정상여금(2~3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르게 산정했다. 노동연구원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2012년 기준)를 바탕으로 61.7%로, 경총은 임금제도실태조사(2008년 기준)를 토대로 82.1%로 고정상여금 비중을 상정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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