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제명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전형이다.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기소도 안된 상황에서 제명을 추진하는 것은 여론재판과 공안정국 조성의 의도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 정서에서 보면, 지난 5월 지하혁명조직 모임의 녹취록만으로도 제명 대상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 의원이 전쟁 준비를 강조하고, 분임토의에서 총기 준비,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이 모의된 것으로 녹취록에 나오니, 법원 판단에 앞서 국회가 할 일을 하자는 강경론이 힘을 얻을 법하다. 더욱이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의 협조 속에 압도적으로 통과됐으니, 차제에 국회 내 종북세력을 확실히 도려내자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혐의와 사실은 엄연히 다르다. 이 의원과 통진당은 녹취록의 주요 부분이 조작됐고 내란음모 혐의의 핵심 근거인 총기 준비나 국가기간시설 파괴는 일부 참석자가 제기하기는 했으나 대부분이 부정적 입장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명을 믿을 수야 없지만 어쨌든 검증해야 할 대목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처리를 제명 추진의 당위로 인식하지만, 이 역시 성격이 전혀 다르다. 체포동의안 처리는 중대한 사건인데다 혐의의 상당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가 불체포특권이라는 벽에 막혀 질척거리지 않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이지, 혐의가 확정됐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 내란음모사건 대부분이 조작됐다는 사실도 섣부른 예단과 단죄를 경계하게 한다. 이 의원이 제명되면 간첩혐의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강종헌 한국문제연구소 대표가 의원직을 승계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예 통진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으나, 이는 법무부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결정을 받는 절차를 좇으면 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합법적인 노동단체인 민노총에 사업비를 지원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이 "통진당의 근거단체를 지원했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민은 종북세력의 발본색원을 바라면서도 과도한 공안정국 조성은 원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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