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항공사 승무원 최모씨는 올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입국하면서 1,100유로(약 158만원) 상당의 고급 핸드백을 사 들고 왔다.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핸드백 구입 경위에 대해 묻자 그는 "6개월 전에 구입한 중고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관 직원이 짐 가방을 열자 제품 보증서(개런티카드)가 나왔다. 그는 결국 "현지 매장에서 샀다"고 실토했다.
항공사 승무원들의 밀수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명품 가방, 화장품, 시계, 보석류 등을 휴대한 채 입국하면서 세관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6일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외 항공사 승무원들이 밀수로 적발된 사례가 142건에 금액은 5억3,800만원에 달한다. 올 1~8월에만 19건에 4,400만원 규모의 밀수 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승무원들이 몰래 반입을 시도한 품목 1위는 명품 가방이었다. 적발된 건수는 2010년 46건(1억1,300만원), 2011년 27건(6,600만원), 2012년 13건(3,800만원), 2013년 8월까지 15건(3,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에도 승무원 유모씨가 미화 1,750달러(약 191만원)짜리 고급 가방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됐다.
승무원의 경우 외국에서 산 물건 가격이 100달러를 초과하면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일반 해외 여행객의 신고 기준(400달러)보다 엄격하다. 일반 여행객의 경우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현장 세관 직원의 재량에 따라 세금을 내면 물품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승무원의 미신고 물품은 대부분 밀수로 간주돼 몰수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승무원은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은 데다 여행객들에게 고가 물품을 꼭 신고할 것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밀수 물품을 몰수하고, 해당 승무원들에게는 형사고발 대신 행정청이 벌금 납부를 명령하는 '통고 처분'을 내렸다. 벌금은 보통 밀수품 가격의 20% 안팎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