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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이상의 가치… 스티븐 호킹의 방대한 연구와 치열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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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이상의 가치… 스티븐 호킹의 방대한 연구와 치열한 삶

입력
2013.09.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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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막식에 스티븐 호킹이 등장했다.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장애인"이라고 소개된 그가 "패럴림픽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창조성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고 컴퓨터 음성 합성기를 통해 남긴 연설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로 많은 이들이 호킹을 꼽을 것이다. 온몸이 거의 마비된 채 삶을 살아내는 것만도 버거울 텐데, 훌륭한 물리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호킹 개인의 삶은 생각보다 안 알려졌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언론도, 작가도 드물었다. 그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천재성을 타고났기에 지금의 호킹이 됐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1986년 호킹과의 만남을 계기로 과학 저술가의 길을 걷게 된 키티 퍼거슨의 이 책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25년 동안 호킹 주변에 머물며 직접 들은 그의 사생활과 감정 변화, 인생관 등이 퍼거슨의 명료한 문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흔히 루게릭병이라고 불리는 근육위축가쪽경화증 진단을 받았을 때 20대 초반의 호킹은, 당연히 좌절했다. 근육과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몸을 점점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시한부인생이라니. 그런데 통증이 없다. 심장과 배뇨기, 성기 근육은 괜찮다. 뇌도 멀쩡하다. 말하고 움직일 수 없는데 생각만 또렷한 건 어떤 이에겐 공포일 수 있다. 하지만 호킹은 달랐다. 특유의 낙천적 성격이 호킹만의 삶을 만들었다. 바랄 게 없이 행복했던 시간도, 두 번의 이혼이라는 아픔도 겪었다. 그 사이 연구는 점점 더 크고 넓은 우주를 향했다. "운명이 원망스러울 때마다 병원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가던 소년을 떠올린다"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심리적 장애를 가질 여유가 없다"고 했던 호킹의 말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호킹의 삶에서 물리학을 빼놓을 순 없다. 그의 연구는 역설의 반복이다. 툭 하면 자신이 내놓은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번복한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다는 비판도 받지만, 그만큼 그의 사고는 유연하다. 과학에는 아직 정답이 없다. 빅뱅과 블랙홀, 우주배경복사, 초대칭이론, 중력이론, 암흑에너지 등 현대 우주물리학과 입자물리학에서 호킹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벨상 후보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진 않는다. 노벨상이 주로 실험으로 증명된 업적에 주어지기 때문에 관측조차 어려운 호킹의 연구는 현재로선 수상이 쉽지 않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그러나 호킹이 살아온 시간들은 노벨상 이상의 가치가 있다. 어떤 연구 업적도 역경을 이겨낸 과학자 자신의 삶만큼 감동과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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