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첫 중일 정상회동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역사를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각국이 책임 있는 거시정책을 펼 것을 주문하며 보호주의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6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귀빈실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일본은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와 역사 등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해 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최근 중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으며 이는 중국이 원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중국은 양국이 '4개 정치 문건'의 기초 위에서 계속 전략적 호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4개 정치 문건이란 1978년 중일평화우호조약 등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의 이번 만남을 정말 고대했다"며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으로 돌아가 중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취임 후 아베 총리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중일 정상 회동 역시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1년 만이다. 그 동안 일본은 계속 중일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나 중국은 댜오위다오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을 문제 삼아 이를 거절해왔다.
시 주석은 이어 본회의에선 다른 국가 정상들을 향해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개방형 세계 경제를 만들 것을 주창했다. 그는 "개방형 세계 경제를 위해 G20 각국은 각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먼저 책임 있는 거시경제정책으로 스스로의 일을 잘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꽃 한 송이가 아닌 온갖 꽃이 함께 만발해야 진정한 봄이라고 할 수 있듯 각국은 서로 개방하고 통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며 "어떤 형식의 보호주의에도 반대해야 하고, 배타적인 규칙들도 채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려 하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친강(秦剛) G20 중국대표단 대변인은 6일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서 시리아 문제는 시간이 부족해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 대변인은 "전쟁은 시리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안보리를 우회한 채 취해지는 군사 행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의 단독 시리아 공습 계획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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