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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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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뿔났다

입력
2013.09.0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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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뿔났다.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해운사 전체가 고사위기로 몰리고 있지만, 정부는 지원은커녕 이미 약속했던 사안조차 속속 철회 및 연기하고 있어 해운업계에선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해운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때 보증을 서 주는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위한 공동연구용역을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나빠 내년 상반기까지 기금을 세워도 늦을 판인데 연구용역을 그 때까지 한다면 관련법규 만들고 정부와 국회심의 받고 대체 기금설립은 언제 한다는 얘기냐”며 “정부가 해운업계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이미 물 건너 갔다. 선박제작에 필요한 금융지원을 하는 선박금융공사를 부산에 세운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지만, 정부가 정책금융기관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공사설립은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경쟁국들로부터 보조금으로 간주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그렇다면 애초 대통령 공약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해운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급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영업수익이나 구조조정만으론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힘들고, 결국 외부차입이 필요한 데 신용도가 너무 떨어져 자금조달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해운의 올 2분기 부채비율은 835.2%을 기록했고, 현대상선도 895.1%에 달한다.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법정관리 상태다.

때문에 해운사들은 대출이든 회사채 발행이든 신용을 보강해줄 별도의 기금이 만들어져 한다고 주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은 정부가 해운업계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저 책상에서 연구용역만 하고 있다”면서 “지원의지 자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선박금융공사가 설립돼 안정적인 대출지원을 하고 있고, 덴마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국 해운업체 머스크에 62억 달러의 금융차입을 해줬다. 중국 공상은행 역시 국영선사인 코스코에 150달러를 빌려주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다 하는 데 우리나라 정부만 WTO제소 운운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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