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폐막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 방침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차를 뚜렷하게 확인한 자리였다. 유엔 승인 없는 단독 군사행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미국과, 주최국 이점을 살려 서방의 시리아 개입 견제에 나선 러시아는 회원국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 팽팽한 외교전을 펼쳤다.
시리아 문제로 두쪽난 G20
정상들은 회의 첫날인 5일 만찬에서 시리아 문제를 놓고 3시간 넘게 토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개막연설에서 "시리아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자"고 전격 제안해 마련된 자리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만찬에서 정상들은 10분씩 돌아가며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 및 대응 방안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만찬 직후 "시리아 공격 찬성과 반대가 반반 정도로 갈렸다"며 "찬성 측은 불법행위에 대한 단호한 행동, 반대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각각 주장했다"고 밝혔다.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도 "시리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열이 확고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담을 이유로 만찬장에 1시간가량 늦게 나타났다.
미국 영국 프랑스 vs. 러시아 중국 이탈리아
AP통신이 "G20 회의 공식의제인 성장 및 고용창출이 시리아 문제에 자리를 내줬다"고 논평할 만큼 회기 내내 공격 찬반 논리가 첨예하게 맞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5일 "시리아에서 수거된 옷가지와 토양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사린가스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시리아 정권을 비난하는 성명 채택을 제안했다. 사만다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가 안보리를 인질로 잡고 시리아 제재 결의를 막으며 국제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원사격했다.
중국은 반대 진영에 섰다. 친강(秦剛) 중국 대표단 대변인은 "정치적 해결만이 시리아 사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했고,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은 "군사적 대응은 유가를 상승시켜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타 총리도 이탈리아의 군사개입 불참 방침을 재확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푸틴에게 보낸 4일자 서한에서, 반기문 유엔 총장은 5일 만찬 연설에서 각각 평화적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오바마와 푸틴은 빽빽한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하며 우군을 단속하는 한편 상대 진영 설득에도 나섰다. 6일 오바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 군사분야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고, 푸틴은 캐머런과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오바마, 집안 단속에도 분주
오바마는 4일 스웨덴 방문 때에 이어 G20 회의 기간에도 자국 의원들에게 전화해 시리아에 대한 무력사용 결의안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의안이 4일 첫 관문인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상하원의 최종 승인까지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CNN방송 조사에 따르면 상원에서 결의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24명이고 17명은 반대, 59명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찬성 28명, 반대 97명이어서 전망이 더욱 불투명하다. BBC방송은 "오바마 입장에서는 시리아 공습계획에 대한 G20 정상들의 이견보다는 국내 의회의 반대가 더 큰 걱정거리"라고 진단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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