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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배트는 타자·투수 모두에게 독

입력
2013.09.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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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베네수엘라를 완파했다. 전날 일본에 당한 콜드게임 패배 충격에서 조금 벗어났다. 하지만 고교야구의 나무배트 사용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투수의 공은 평범했다.

정윤진(덕수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대만 타이중시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벌어진 2라운드 2차전에서 베네수엘라에 11-1, 8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주포 임병욱(덕수고ㆍ넥센 지명)이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고, 오른손 박세웅(경북고ㆍKT 지명)이 5회부터 등판해 2.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한국은 7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 같은 장소에서 개최국 대만과 2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장단 13안타로 11점이나 뽑았지만, 나무배트 사용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이날 3회에 나온 3번 임병욱의 우월 투런 홈런은 이번 대회 한국의 첫 홈런이었다. 현재 고교 타자들의 수준이 "위력적인 일본 투수의 공엔 속수무책 당하다가 평범한 베네수엘라 투수의 공만 때릴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국제야구연맹(IBAF)은 지난 2004년 4월 청소년급 이상 대회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자 대한야구협회는 그 해 8월부터 고교야구 경기에 나무배트를 도입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같은 방침은 유효하다. 하지만 한일전 콜드게임 패에서 보듯 오직 맞히는 데 급급한 선수들은 장타력이 급격하게 줄었다. 일본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왼손 임지섭(제주고ㆍLG 지명) 역시 제구가 흔들리며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나무배트 사용은 타자와 투수에게 모두 나쁜 습관을 안겨 준다. 타자들은 배트를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모르고, 출루만을 위해 이른바 '똑딱이' 타격을 한다. 이는 오로지 승리만을 추구하는 각 고교 감독들이 풀스윙 보다 갖다 맞히는 타격을 추구하는 게 주된 원인이겠지만, 선수들도 공을 몸에 붙여놓고 때릴 줄 모른다.

알루미늄 배트는 어느 곳에 맞아도 타구가 뻗어 나가는 특징이 있다. 반면 나무 배트는 스위트 스팟(손잡이로부터 약 70~72㎝ㆍ공을 쳤을 때 손에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에 정확히 공을 맞혀야만 장타가 나온다. 현재 고교 선수들은 스위트 스팟에 맞히는 기술 함량은 무시한 채 기습 번트, 내야 안타로 1루를 밟는 연습만 한다. 두산 김현수는 "알루미늄 배트로 풀스윙을 하는 타격폼을 만든 뒤 프로에 와서 나무배트를 써야 한다. 처음부터 나무배트로 잘못된 습관이 배어 있으면 고치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나무배트는 투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제구력 보다는 스피드를 1차 목표로 삼는 것이다. 모 고교 A 코치는 "시속 138~140㎞의 직구를 한 가운데로 던져도 제대로 칠 수 있는 타자들이 별로 없다. 방망이가 밀리거나 파울 타구가 나온다"며 "어느 순간부터 투수들이 제구력을 키우기 보다는 스피드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차피 타자들이 못 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코치는 이어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해야 투수들도 발전한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드 보다 제구력, 유연한 투구폼"이라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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