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이 정부군을 잔혹하게 총살하는 동영상이 5일 공개됐다. 공개 동영상이 반군의 부정적 이미지를 높여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군사개입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미국은 즉각 반군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동영상에는 반군 병사들이 정부군 병사 7명을 처형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동영상에서 반군 병사들은 정부군 병사들 뒤에서 총을 겨눈 채 위협하다가 일제히 총을 발사한다. 반군 병사들은 장례의식 없이 정부군 병사들 시신을 웅덩이에 던지고, 시신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동영상은 반군의 잔혹함에 거부감을 느낀 병사가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촬영시기는 4월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군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며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군사개입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은 이번 동영상 공개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반군의 잔혹성을 비난하는 여론이 자칫 자신들의 시리아 군사개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5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한다고 해서 반군과 동맹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러 반군단체들은 심사를 거쳐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슬람 성전만 강조하는 지하디스트가 모인 십여 곳의 반군단체는 지원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반군단체가 화학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동영상이 공개되며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 명분을 흔들고 있다. 이날 군사정보 사이트 인포워즈닷컴에 게재된 동영상에는 반군단체 리야드 알 압딘 소속 병사가 자신들의 화학무기 사용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병사 나딘 발루시는 "정부군이 우리 근거지에 접근하고 있다"며 "화학무기가 그들을 격퇴하는데 위력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인포워즈닷컴은 지난달 다마스쿠스 외곽 구타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참사가 반군 책임이라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YT는 "동영상 유출로 시리아 군사개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미국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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