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고기가 모자를 훔쳐 도망가고 있다. 대담한 데다 뻔뻔한 녀석이다. 커다란 물고기가 쓰기엔 너무 작지만 자기에게 딱 맞으니 그냥 갖겠다는 것이다. 큰 물고기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잠에서 안 깰 거라고, 깨더라도 모자가 사라진 건 모를 테고, 알게 되더라도 누가 가져갔는지 모를 거라고 확신한다. 작은 물고기의 생각과 달리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큰 물고기는 금방 눈을 뜨고 모자가 사라진 걸 눈치 챈 뒤 작은 물고기의 뒤를 쫓는다.
착각과 자기 합리화에 빠진 작은 물고기의 속마음(글)과 작은 물고기를 쫓는 큰 물고기의 추격전(그림)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준다. 각 캐릭터의 속내를 고스란히 설명해주는 다양한 눈 모양이 귀엽다. 하지만 인과응보의 결말은 조금 섬뜩하기도 하다.
는 첫 작품 로 주목 받은 미국 신예 작가 존 클라센의 신작으로 올해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가 주는 칼데콧 상을 받았다. 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ㆍ4세 이상ㆍ1만1,0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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