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개시 선언 1년 4개월 만에 1단계 모댈리티(협상기본지침)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품목별 양허 협상이 시작되면서 한ㆍ중 양국의 국익을 건 치열한 싸움도 본격화했지만, 안팎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철강ㆍ자동차, 가전제품 등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동시에 농수산물을 최대한 지키는 묘수 찾기에 들어갔지만, 농민단체 등의 반대 여론이 벌써부터 들끓고 있다. 최종 소비재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의 관세 제도 개선도 이끌어내야 해 마지막까지 피를 말리는 승부가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농수산물 대부분을 초민감품목에 넣어 보호하겠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일반품목(관세 즉시∼10년내 철폐)과 민감품목군(관세 10년이상∼20년내 철폐)과 달리 초민감품목군은 양허에서 제외돼 시장개방 대상에서 빠진다.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댄 중국이 농수축산물을 우회수출 할 수 없도록 원산지 규정도 최대한 엄격히 적용토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특히 중국산 농수축산물이 이미 상당 부분 우리 식탁을 점령해 있고, 우리 농가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식량안보, 식품안전과도 직결돼 있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점하는 농수산물 분야를 중국이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양국의 첨예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국내의 이해관계 갈등 조정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한-중 FTA 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는 지난 2일 “FTA가 타결되면 농어업 생산활동 위축과 농어촌 경제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등 반대여론을 키워가고 있다. 반면 무역협회, 전경련,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등 경제 4단체와 은행연합회를 포함해 42개 단체·기관으로 구성된 민간대책위는 6일 초민감품목 범위를 10%를 확대한 것을 두고 “1단계 개방수준이 아쉽다”며 “2단계 품목별 협의 때는 보다 높은 수준의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최종 소비재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의 관세제도 역시 협상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품 가운데 비교적 고관세인 9.5% 이상 관세율을 적용 받는 품목 가운데 최종 소비재의 비중이 48.8%에 달한다. 특히 최종재는 대부분이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 생산할뿐더러 중국 내수시장 공략과도 직결돼 있어 우리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품목이다. 하지만 중국이 내수시장 성장에 맞춰 자국 소비재 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한국산 수출품의 내국민대우, 비관세 조치 철폐·완화, 기술무역장벽(TBT), 위생 및 식물위생(SPS) 등과도 맞물려 있어 2단계 협상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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