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대인 단체들이 버락 오바마 정부도 벅차하는 시리아 군사개입 승인을 위한 의회 로비에 나섰다. 미국을 쥐고 흔든다는 미국ㆍ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주요 미국유대인단체 대표자회의를 비롯한 친 이스라엘 단체들은 오바마 정부의 시리아 군사개입에 적극 지지를 선언하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을 움직여온 이들의 로비는 의회 통과에 진통을 겪는 결의안 처리에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화학무기의 하나인 가스에 의한 홀로코스트(대학살)의 기억을 가진 유대인들의 로비가 시리아 사태에 새로운 국면을 조성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유대인 단체가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은 1942년 나치가 유대인을 가스로 학살할 때 미국과 영국이 침묵한 사실을 거론하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로비의 기저에는 시리아를 응징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최대 위협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견제하는 미국의 능력 역시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카센 AIPAC 의장은 "결의안 부결은 미국 힘의 약화를 상징하며, 이란핵 저지 등 미국의 대(對)중동 약속 이행에 의문을 자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 유대인의 실력은 막강하다. 의회가 5주간의 여름 휴회를 끝내고 개회하는 날이 바로 유대인의 새해인 로쉬 하샤나라는 사실도 이를 보여준다. 올해 AIPAC 연례총회는 상원의원 100명중 68명, 하원의원은 435명 중 320명이 참석, 마치 의회를 옮겨다 놓은 듯했고, AIPAC 산하 미국이스라엘 교육재단 한 곳이 지난달 민주당 37명, 공화당 26명 의원들의 이스라엘 방문을 주선했을 정도다.
이번 로비에 친 이스라엘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시리아 공격에 찬성했으나, 다수 의원들은 아직 의견표출을 미루며 신중해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짐 하임스 하원의원은 "친 이스라엘 단체들이 의회에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게 사실이며, 따라서 그들의 요구가 감안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는 시리아 사태 결의안을 찬성 10대 반대 7로 가결, 9일로 예정된 상원 전체회의에 넘겼다. 결의안은 지상군 투입을 불허하면서 오바마 정부에게 90일 간 시리아를 제한적으로 공격할 권한을 부여했다. 시리아 군사개입을 위한 첫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지만, 많은 의원들은 이에 반대하는 지역구 표심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지도부의 찬성 표명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이 팽팽해 결의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스웨덴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에 실패한) 이라크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의회가 시리아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무기 사용에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의회와 국제사회였다며, 시리아 응징에 대한 세계의 동의를 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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