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00억원 지방채 발행을 결정해 우려되던 9월 '무상보육 대란'은 피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추경과 더불어 올해 정부가 예비비와 특별교부세를 추가 투입했지만, 내년에는 이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각 구청 보육 담당자들의 입에서는 "이대로 간다면 내년이 더 걱정"이라는 말이 쏟아진다.
무상보육 대란은 시행 초기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기존 0~2세 무상보육이 올해 0~5세 전면 무상보육으로 확대되며 서울시의 경우 종전보다 보육료 지원 대상이 약 2배, 양육수당지원 대상은 약 20배 늘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은 2011년 5,474억원에서 올해 1조 65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취득세 인하 조치로 인한 세수 부족 등으로 늘어난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더구나 현재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국고보조 비율은 20%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50%에 비해 훨씬 낮다. 지자체들은 무상보육이 정부와 국회 주도로 결정된 만큼 국고보조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국고보조율을 서울시는 20%에서 40%로, 그외 지역은 5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대로 10개월째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책임연구원은 "이번 무상보육 논란은 국고보조사업을 신규 편성할 때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열악한 지자체들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국고보조를 늘리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견해는 다르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서울시가 국비 20%를 지원받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는 정부가 10% 추가로 보조를 해주고 있어 실제 서울시 평균 국비 보조율은 28.8%에 달한다"며 "여기에 정부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1,423억원을 더하면 정부 보조율이 42%로 박 시장이 말한 40%는 이미 달성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 일관된 입장은 실제 집행된 국고보조율이 아니라, 국고보조 기준율을 20%에서 40%로 올려달라는 것"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이날 지방채 발행을 발표하며 한 발 물러나 당장 발등의 불은 껐지만,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현재 2014년도 예산 편성 작업 중인 서울시는 영유아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국고보조율을 40%로 잡아 예산을 짜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계속된 반대로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방채 발행이 서울시 재정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박 시장은 "올해 경기 침체 때문에 약 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며 시 구조조정안과 함께 지방채 발행안을 10월 시의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 부채규모는 2조 9,661억원으로 3년 만에 2조원대로 내려갔으나, 이번 지방채 발행으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원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보조율을 명문화시키는 게 부담스럽다면 별도의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지방의 국고분담율을 조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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