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GS건설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경기 용인시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수지구에서 분양중인 광교산자이 계약 건수가 '8ㆍ28 부동산대책' 발표 전주에는 27건에 그쳤지만 발표 직후 한 주 동안 62건이나 성사된 것. GS건설 관계자는 "오랜 동안 용인은 아파트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는 지역이었는데 대책 발표 이후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계약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8ㆍ28 대책 후 수도권 경기지역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어 오르는 상황에서, 취득세 영구인하 등 정부의 매매 지원책이 나오면서 세입자들이 주택구입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8ㆍ28대책 발표 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79.3%로 이전(8월 1일~28일)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경기만 떼어놓고 보면 81.9%로 4.3%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서울은 77.6%에서 77.8%로 변화가 거의 없었고 인천은 77.2%에서 74.8%로 오히려 떨어졌다.
경기 지역 주민들의 주택구매력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매매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경기 지역 주택구매력지수(HAI)는 2012년 3월 133.9에서 5분기 연속 증가해 올해 6월 154.4를 찍었다. 서울도 같은 기간 77.0에서 93.0으로 증가했지만 경기의 상승폭(20.5)보다는 뒤진다. HAI가 100을 넘으면 소득 하위 40~60% 계층이 주택가격 하위 40~60%의 집을 사는 데 큰 부담이 없다는 뜻이다.
주택 매매세 회복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의정부시에서 '민락 푸르지오'를 분양 중인 대우건설도 지난주 계약 건수가 급증했다. 정부 대책 전까지 지난달 매주 12~15건이 계약돼오다 대책 이후에는 한 주 만에 30여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청약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29일 용인시의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810가구) 1, 2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2,690명이 신청해 평균 3.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건설사들이 "전세보증금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며 과감히 분양가를 낮추는 공격적 마케팅도 도움이 됐다. 반도건설이 이달 말 동탄2기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전용면적 85㎡(33평)의 분양가는 2억9,000만원대다. 이는 인근 동탄1기신도시 같은 평형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2억8,000만~3억원과 같은 수준이라, 오르는 전셋값이 고민인 세입자가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현장에서는 이번 달에 취득세 영구인하가 국회에서 통과하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매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한 매매 활기는 주택 거래가 본격적 활성화로 전환되는 신호라기 보다는 전세세입자 일부가 저가나 급매물 위주로 집을 구매하는 제한적인 움직임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전셋값이 높고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을 중심으로는 거래가 계속 활기를 띠고 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보다 과감한 대책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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