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찾아 볼 수 없다. 도리어 이번 사태를 '국정원의 날조'라고 강변하며 억지 논리에만 매달리고 있다.
먼저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이 의원의 변호인을 자처하며 '이석기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다. 이 대표는 "총기탈취는 농담"이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한 데 이어 이 의원이 강제 구인된 4일 저녁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이 의원 공동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번 사태에 당의 명운이 달려 있는 만큼 법리 싸움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국민 정서는 고려하지 않는 '거꾸로 행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통진당 지하비밀조직(RO) 일원으로 지목한 김재연 의원은 이날 신인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김 대변인은 "당의 상황을 언론에 더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공동대변인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수사망에 올랐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당의 대변인으로 나서는 것은 적절치 못한 인선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매주 토요일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에도 결합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을 향해서도 "통진당을 향해 쏟아지는 국민적 지탄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국정원의 조작'에 전당적으로 맞선다며 당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당비 10억 모금운동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10월 재보선에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서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국민에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서 국정원 개혁을 이뤘어야 했다"는 의견도 보였지만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에 따른 정치권과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오히려 "작년 싸움(비례대표 부정경선 수사)도 이겨낸 만큼 올해도 고비를 이겨낼 것" 등 당원 간의 격려와 결집을 호소하는 글이 대다수였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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