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물가로 유명했던 중국이 본격적인 고물가 시대에 들어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는 스타벅스 라테 커피를 미국 소비자보다 거의 미화 1달러나 비싼 가격에 사 마신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하이브리드 6.0 모델 승용차는 미국에서 7만3,000달러에 팔리지만, 중국에서는 세 배 가량 비싼 22만9,000달러를 줘야 살 수 있다. 아이패드2는 중국에서 488달러에 팔리지만, 미국에서는 같은 제품을 399달러면 살 수 있다. 상하이(上海)의 컨설팅 회사 스미스스트리트가 미ㆍ중 양국에서 팔리는 50개 브랜드 의류 500종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중국 소매가격이 미국 소매가격 보다 평균 70% 이상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4만2,693달러)의 5분의 1인 7,500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물가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똑같은 제품이 중국에서 더 비싼 이유는 주로 중국의 각종 과세와 관세 탓이 크다. 한 전문가는 "중국에 상점을 열려면 허가 받는 기간이 길고,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전했다. 또, 급증하는 중국 중산층이 수입제품이라면 비싼 값이라도 구매하겠다는 소비 행태를 보여왔다. 외국 제조사의 높게 책정한 가격 정책이 오히려 품질에 대한 후광효과를 심어줘 소비자를 유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너무 비싼 수입제품에 염증을 느낀 중국인들이 종전과 다른 소비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온라인과 해외여행 덕분에 타국과의 가격 차이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스미스스트리트의 매니저 제임스 버튼은 "외국여행과 인터넷 쇼핑 덕분에 중국 소비자들은 자국 매장에서 본 제품의 가격과 외국에서 팔리는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 후 외국여행을 갈 때까지 제품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마음대로 가격을 흔드는 외국 제조업체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외국산 자동차, 제약, 분유를 대상으로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했고, 보석 가격을 조작한 소매업자 5명에게 벌금 1,060만위안(19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로펌 대표는 "중국 당국이 자국 소비자의 희생으로 이윤을 챙겨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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