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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교통사고 과실 비율 무시하고 가해자에 구상금 무조건 전액 청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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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교통사고 과실 비율 무시하고 가해자에 구상금 무조건 전액 청구 논란

입력
2013.09.0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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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 안양천변에서 정모(48)씨의 아들(15ㆍ중3)이 자전거를 타고가다 운동 중인 조모(56)씨와 충돌했다. 정씨는 조씨에게 치료비 등으로 400여만원의 합의금을 건넸다. 그런데 올 4월 정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조씨 치료비로 제공한 보험급여 103만7,290원 전액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정씨는 '야간에 인도와 보도가 구별되지 않는 길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간 과실비율이 7 대 3 정도'라며 이의신청을 했으나 묵살됐다.

정씨는 이에 불복, 6월 이 금액의 70%인 72만6,103원만 납부했으나 공단 측으로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구상금 미납금 31만1,187원 납부독촉장을 받았다. 민사소송 제기는 물론 법정이자와 소송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엄포까지 곁들여서다. 정씨는 5일 "공단 측이 교통사고 과실비율도 산정하지 않고 전액 가해자 책임으로 구상권을 행사한 후 이에 불복하면 소송을 거는 것은 횡포"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제3자 과실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 건보재정에서 진료비를 제공한 뒤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하고 있다. 그런데 과실비율을 무시하고 전액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돈을 물어내야 하는 가해자 입장에서는 다른 피해배상액과 마찬가지로 건보급여도 과실비율만큼만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현재 보험회사 등이 적용하고 있는 차량 대 보행자 교통사고의 과실비율을 보면 '일반 교차로 부근 무단 횡단'은 보행자 과실이 20%, '횡단금지 표시가 있는 장소 횡단'은 50%, '야간에 도로에 누워있는 경우'는 60% 등이다. 또 쌍방폭력의 경우 과실비율은 제각각이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공단이 구상금을 환수하는 것은 건보 가입자를 대신해서 집행하는 것"이라며 "공단이 과실비율을 산정할 의무도 기준도 없기 때문에 이견이 있으면 소송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당 구상금이 평균 150만원 정도이고, 이 때문에 소송까지 가기는 부담스러워서 대부분 공단이 청구한 구상금을 내버리고 만다. 공단은 2008∼2012년 모두 9만5,280건, 1,448억8,833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했고, 이 중 구상금을 내지 않은 가해자 1만356명에 대해 362억6,605만원 반환 소송을 벌여 승소 8,406건, 일부 승소 1,654건, 패소 296건의 결과를 얻었다. 구상금이 많아서 소송에 적극 대처한 이들만 일부 구제를 받은 것이다.

민원인들은 공단 내에 과실비율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소송으로 가지 않고 구상금을 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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