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에는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과 달리 정기국회 일정과 관련해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석기 사태'가 정기국회에서도 핵심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여야 간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5일 민주당에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공개 제안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협상 파트너는 여당이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아니다"면서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양다리를 끝내고 민생 현안이 산적한 국회를 정책투쟁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더 이상 대통령과의 회담을 고집하면서 장외 투쟁하는 걸 접고 원내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이 의원 등의 국회 진출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책임론'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석기 카드'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이 국회 윤리위에 이 의원 제명안을 제출할 뜻을 밝힌 것도 이런 의도가 엿보인다. 더욱이 이 의원 외에 통진당 일부 의원에 대한 국정원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에서 이석기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릴 태세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방안 논의가 우선이라며 당분간 의사일정 협의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기존의 답답한 상황은 변한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수회담에 응할 뜻을 보이지 않은 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로 떠났고 그렇다고 민생법안 처리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원내 활동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대구역 열차 사고, 역사 교과서 검정 문제, 국정원 개혁, 4대강 감사 등 정부의 실정과 관련한 상임위 활동에 선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정기국회에서 입법과 예산안 처리는 여당에게 더욱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결국 청와대나 여당도 정국 타개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며 여당의 전략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는 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출국한 대통령이 귀국하는 11일까지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재로서는 일정 협의에 응할 수 없다. 대통령이 큰 틀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정기국회는 일정 합의도 못한 채 당분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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