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측 "사전 약속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사측 "지급간격 1개월 초과하면 해당 안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측 "사전 약속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사측 "지급간격 1개월 초과하면 해당 안돼"

입력
2013.09.05 12:23
0 0

노동계와 재계가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은 노사간 팽팽한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법원은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회부된 사건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퇴직자가 제기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 전ㆍ현직 생산직 노동자 295명이 제기한 명절상여금 하계휴가비 김장보너스 등 복리후생적 급여의 통상임금 포함여부 등 두 건이다. 통상임금은 연장ㆍ휴일ㆍ야간 근로 등 초과근로 수당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쟁점은 크게 4가지로 나뉘었다. 노동계(원고)와 재계(피고)는 통상임금의 지급기간, 지급의 고정성에 대한 법리를 따진 후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각각 주장했다. 또 일부 임금 항목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단체협상이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격론이 오갔다.

사측은 '매달 지급되는 동시에 근속연수나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지 않는 임금만이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이제호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43조는 매월 1회 이상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시행령도 통상임금 지급 최대 간격을 '월급'으로 규정, 1개월을 초과한 임금은 통상적인 지급형태로 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15일 미만 근무자나 입사 6개월 미만 신입사원이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 등을 들며 "사후에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임금은 고정성이 없으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변론했다. 특히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시간(법정근로시간ㆍ주 40시간)에 대한 대가인데, 상여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일 뿐 아니라 공로보상, 근로장려의 성격도 있으므로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자측은 '지급 기간에 상관없이 근로자 출근 첫날부터 주기로 확정한 임금'은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임금 지급기간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며, 사전에 얼마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임금은 고정적인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이라고 말했다. 즉 기본급도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듯, 근무일수에 따라 사후에 그 금액을 못 받거나 덜 받더라도 이미 사전에 받기로 약속된 임금은 통상임금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홍영 성균관대 교수는 "성과에 따라 달리 지급하는 변동상여금과 달리 미리 정해져 '기본급화'된 정기상여금은 논란의 여지 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판례 등을 통해 통상임금으로 인정됐지만 노사가 단체협상에서 이 항목을 제외했을 경우에 단협 효력에 대해서 사측은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합의한 것이므로 유효하다"고 봤지만 노동자측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노사 모두 명확히 알지 못해서 합의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사측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의 부담이 38조원이나 되는데 이는 일자리 41만개가 감소하고 상당수 업체가 도산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통상임금 본질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노사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측은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해 통상임금 정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측은 "초과근로를 억제하기 위해 초과근로는 임금의 50%를 할증해서 주도록 하고 있지만,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낮다 보니 할증을 해도 정상임금보다도 수당이 낮다"며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이 노동자 측 변호사의 마무리 변론 중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과 방미 중 통상임금 언급이 적힌 파워포인트 부분을 빼라고 요구해 노동계가 반발했지만, 마무리 변론은 예정대로 이 부분이 포함돼 진행됐다.

법조계는 연말까지는 대법원 선고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판결에 따라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160여건의 통상임금 사건을 포함, 노동계와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