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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탈북한 윤나영씨, "IT분야 익히며 탈북 꼬리표 떼고 당당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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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탈북한 윤나영씨, "IT분야 익히며 탈북 꼬리표 떼고 당당해졌죠"

입력
2013.09.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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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갑자기 쫓겨난 적이 있어요. 북한 출신이란 이유였죠. 탈북자에 대한 선입견이 여전한 한국에서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 스스로 당당해지는 것 밖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탈북자 처럼 10년 전 탈북한 윤나영(26)씨에게도 한국 생활은 가시밭길이었다. 고등학교때 따돌림에 이은 자퇴, 여기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나쁜 친구들과도 적잖이 어울렸다. 그랬던 윤씨가 정보기술(IT) 업체 취직에 이어 대학 문을 뒤늦게 두드렸다. 경희사이버대 디지털미디어공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두려움 속에 압록강을 건넜던 열 여섯 탈북소녀가 이젠 IT전문가를 꿈꾸는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첫 발을 뗀 셈이다.

함북 회령 출신인 그가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탈북한 건 2004년.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윤씨는 "버스 커튼 사이로 보였던 한국의 화려한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북한에 있을 때 정말로 못사는 나라 인줄만 알았던 한국 생활에 대한 꿈도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을 나선 그의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고교 1학년 나이에 중학교 2학년으로 입학했지만 수업 따라가기가 벅찼다. 여기에 북한 출신인 자신을 따돌리는 친구들은 더 큰 상처로 다가왔다.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서면 칠판 가득 탈북자를 비웃는 낙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가는 게 지옥 같아 매일 어머니에게 북한으로 돌아가자고 졸랐어요." 중학교는 겨우 마쳤지만 고교는 자퇴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윤씨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꿈을 꾸게 됐다.

2010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로 북한이탈주민 문예창작대회 장려상을 받으며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커졌고, 이듬해엔 고교 과정 검정고시에 거뜬히

합격했다. 두 달 전 소프트웨어 테스팅 업체에 입사한 그는 지난달엔 "갈수록 흥미로운 IT 분야에 충분한 지식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경희사이버대에 입학했다.

"탈북자 꼬리표가 항상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최선을 다하면 주변의 인정은 물론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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