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이 6자회담의 사전단계로 18일 베이징에서 당사국 정부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1.5트랙' 회담을 제의했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없는 6자회담에 회의적인 한국과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지금 한반도에는 남북문제, 북핵 등 다자관계에서 여러 복잡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회담이 성사됐고 금강산 관광 재개는 가시권에 있다. 남북관계로만 보면 좋은 흐름이다. 그러나 핵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며칠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우리 정보당국에서는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기 직전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시리아 공습 문제로 고심하는 미국은 북한을 시리아와 같은 화학무기 위협 국가로 거론하면서 연일 '북한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1.5트랙 제의 직전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평양을 방문했고, 어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했다. 내주 글린 데이비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한 등 바쁜 움직임은 이런 복잡한 정세를 반영하는 신호로 보인다.
엇갈린 정세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남북관계와 핵문제에 일관된 스탠스를 갖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북한은 작년 2ㆍ29 합의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등 핵문제에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부가 중국과 북한의 이번 제의를 계기로 6자회담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 북한과 미국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마저 팔짱을 끼고 있다면 한반도의 핵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북한과 미국을 이유로 핵대화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지금은 작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은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내세워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란 것도 과거의 인식을 토대로 위기를 관리하는 소극적 성격이 강하다. 북한과 중국이 태도변화를 보이는 상황과 미국측 인사의 잇단 방한 등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북 접근 틀을 모색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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