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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9월 6일] 한국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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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9월 6일] 한국영화의 힘

입력
2013.09.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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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을 기점으로 한국영화의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나는 곰곰이 한국영화가 이렇게 대중에게 사랑받는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작가, 감독, 제작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기본일테지만 그래도 한국영화의 중흥이 주요 창작집단의 공헌으로만 이루어진건 아니라고 본다. 나는 그 이유가 우리영화현장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영화 '싸이렌'을 프로듀싱하면서 불효과를 내는 역할을 할리우드스텝을 고용해서 제작했다. 한국의 특수효과팀도 실력이 출중하지만 당시 나는 프로듀서로서 경험과 기술이 진보한 할리우드스텝이 하면 더 효과도 있고 안전도 보장될거라고 판단했다.

또 내가 제작한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씨가 열연한 뚱보분장도 역시 할리우드웃스텝을 고용해 작업했다. 뚱보얼굴과 몸을 만들기위해서는 특수본드같은것을 얼굴에도 붙여야 하는데 여배우의 피부나 몸이 상할까봐 걱정되서 할리우드스텝을 데려다 작업하게 된것이다.

그때 내가 느낀 점은 할리우드스텝들은 맡은바 직무는 정말 프로페셔날답게 철저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하면 된다의 정신이 없다. 되는 것 안 되는것이 정확하고, 되는 것은 철저히 시간을 준수하고 퀄리티를 보장한다.

다만 그들은 자신이 맡은바 직무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도 의견을 내놓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왜 배우가 저런 분장을 해야 하는지 이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을뿐더러 의견 제시하는 것을 월권이라고까지 여겨 자신의 영역이 아닌 일에 대해서는 좋든 싫든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영화현장은 다르다. 감독과 작가, 제작자, 배우만이 작품에 대해서 논의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 반영이 되든 안 되든 연출부 막내도, 제작부 중간관리자도, 의상팀이든 효과팀이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한다.

이 장면에서 이런 대사는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저 배우가 저렇게 반응하는 게 뜬금없어 보여요를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개진하기도 하고 촬영을 마치고 간단한 맥주자리에서도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느낀점이나 앞으로 촬영할 장면에 대해서도 서로 격의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 물론 그 의견이 다 반영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의견들 속에서 미처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점이나 느끼지 못한 점을 깨닫게 되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 나가게 되면 촬영을 마치고 다양한 직군의 동료들과, 즉 오늘은 촬영팀, 내일은 조명팀 등등과 맥주도 마시고 밥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청취한다. 그들은 이미 수백번 시나리오를 읽었고 그리고 현장에서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을 보아온 친구들이라서 그 누구보다 촬영장의 분위기나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몸으로 체감한다. 이야기의 방향이 절대 다른 곳으로 흐트러지지 않는다.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는 "감독과 만나서 어제말이야 술자리에서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던데 그거 한번 귀 기울여 볼만한 것 같아"라고 넌지시 의견을 던진다. 그러면 감독도 "아 그래요, 그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건데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새로 들은 아이디어를 조합해보기도 한다.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오직 영화만 생각하고 영화만 고민하는 가운데 내놓는 아이디어는 정말 주옥과도 같은, 정말 버릴게 하나도 없는 보석과도 같은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게 한국영화의 힘인 것 같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애정을 가진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또 결정권자들은 그런 자유로운 의견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하니 영화가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대중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기쁨을 주게 되는 거 아닐까?

과연 이런일이 영화에만 국한될까? 2013년 9월의 대한민국에도 이런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그 의견을 청취하려는 결정권자들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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