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예산 분담률을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던 서울시가 지방채 2,000억원을 발행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당장 '무상보육비 대란'은 피했지만 분담률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여전해 내년도 예산 편성을 놓고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더는 수수방관하는 중앙정부를 기다릴 수 없어 서울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은 2009년 금융위기 때 6,900억원을 발행한 후 4년 만이다.
서울시는 지방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과 함께 정부 예비비 등 지원을 받아 무상보육비 부족분 3,708억원을 마련, 연말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지방채는 2년채 1,000억원, 3년채 1,000억원로, 내달 중순 시의회 임시회의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발행된다.
서울시는 이 지방채를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무상보육 논란에서 서울시가 지는 모양새를 취할 테니 정부가 지갑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사전협의가 없던 터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올해 서울시 0~4세 보육료와 양육비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총 1조656억원이지만 실제 편성된 예산은 서울시 2,644억원, 자치구 1,231억원, 국비 3,073억원 등 총 6,948억원에 그쳤다. 이 예산은 지난달 모두 집행돼 이달 말부터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우려돼왔다.
박 시장은 "무상보육은 정부가 결정한 사업"이라며 서울시 예산의 정부 부담률을 20%에서 40%로 높이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해왔다. 또 새누리당과 정부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광고를 내보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여론의 압박에 밀려 결국 '벼랑 끝 전술'을 접고 추경 편성 계획을 밝히면서도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올해는 이렇게 넘어가지만 지금처럼 열악한 지방 재정으로 내년에는 정말 어찌할 수가 없다"면서 "서울시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했고 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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