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숙소 문제로 꼬일 위기에 놓였다. 북측이 고령의 이산가족 방문단이 사용하기엔 부적합한 숙소를 제시하면서 남북 간 입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5~30일 금강산에서 열릴 이산가족 상봉행사 숙소로 외금강 호텔과 금강산 호텔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3일 북측에 전달했다. 가장 최근 행사인 2009년과 2010년 상봉 때도 두 곳을 숙소로 이용한 만큼 관례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북측은 두 호텔에 금강산 관광객들이 예약돼 있어 방문단까지 숙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대신 해금강 호텔과 현대아산 직원들의 숙소였던 현대생활관을 사용하라고 4일 통보했다. 문제는 북한이 제안한 숙박 시설이 방문단을 수용하기에 규모나 환경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선상 호텔인 해금강 호텔은 159실, 현대생활관은 93실로 다 합쳐도 250여실 밖에 안된다. 이산가족(100명) 및 동반가족, 수행인원 등을 포함해 200~300명인 방문단 규모를 감안할 때 최소 300실은 확보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금강산 및 외금강 호텔의 수용 규모는 각각 215, 173실이다.
게다가 해금강 호텔은 2007년 10월 16차 상봉 행사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사용이 중단돼 안전 우려가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금강 호텔은 상봉 행사 당시에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고, 이후 설비 보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생활관 역시 상봉 장소로 한 차례도 활용된 적이 없다.
때문에 북한이 숙소 문제를 지렛대로 남측이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늦춘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관광재개 회담을 8월말~9월초 열자는 북측 안에 우리 정부는 내달 2일로 연기하자고 역제의한 상태다. 대북 소식통은 "금강산관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회가 날 때마다 부각시키며 조속한 회담 개최를 남측에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을 위한 전제인 만큼 북측이 행사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5일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외금강과 금강산 호텔을 이산가족 방문단 숙소로 지정해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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