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백이 쉽게 살아 버리면 흑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안형준이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다. 5부터 9까지 백 대마의 허리를 댕강 끊었다. 한데 실은 이게 무리한 시도였다. 한태희가 10, 12를 선수한 다음 14, 16으로 거꾸로 위쪽 흑 대마를 차단한 게 상대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최강의 응징이다.
안형준이 1, 3 다음 5로 쌍립 서서 흑 대마의 수를 늘렸지만 한태희가 6부터 14까지 차근차근 수를 조여 들어가자 일곱 수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한편 우변 백도 바깥 공배가 일곱 개뿐이어서 흑이 먼저 두면 한 수 차이로 백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흑이 15로 수를 조였을 때 백이 16으로 외곽을 포위하면 공통 공배가 많아서 우변 흑돌과백돌이 빅이 된다. 결국 중앙 흑 대마가 저절로 잡힌 셈이다. 이제 흑에게 남은 희망은 좌변 백돌과 수싸움을 하는 것이지만 당장 A와 B가 모두 절대 선수여서 이 역시 도무지 승산이 없다. 안형준이 잠시 후 돌을 거뒀다. 190수 끝, 백 불계승.
한태희가 지난 기에 이어 2년 연속 명인전 본선에 올라갔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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