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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독립영화에 집중… 본색 드러내는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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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독립영화에 집중… 본색 드러내는 부산영화제

입력
2013.09.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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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이유로 우리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올해는 우리의 정체성이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최근 서울 신문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장의 자신감 어린 발언이 예시하듯 다음달 3일 막을 올리는 제18회 부산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아시아 영화와 독립 영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출범 당시부터 아시아 영화를 집중 소개하고 신진 감독을 발굴하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70개국 301편이 다음달 12일까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부터 남다르다. 불교 왕국부탄의 고승이자 영화 감독인 키엔처 노르부의 '바라: 축복'으로 시작한다. 인도 남부 지방의 전통 춤을 매개 삼아 두 남녀의 사람을 그린 영화다. 노르부 감독은 '마지막 황제'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탈리아의 명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리틀 부다' 촬영 현장에 견습으로 참여한 뒤 감독이 된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장편 데뷔작 '컵'이 1999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노르부 감독이 화제성이 충분한 인물이지만 스타 배우를 내세운 영화나 스타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이 개막작에 선정됐던 최근 부산영화제의 최근 흐름과 비교하면 의외다. 2011년과 지난해 개막작은 각각 소지섭 한효주 주연의 '오직 그대만'과 홍콩 스타 궈푸청과 량챠후이 주연의 '콜드워'였다. 스타들이 무대에 올라 화려한 개막식을 장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담겨 있었다. 노르부 감독은 동굴 수행 때문에 개막식에 불참한다. '바라: 축복'으로 영화제를 시작하는 것은 영화 약소국 작가의 영화를 적극 소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폐막작 '만찬'(감독 김동현)도 주목할 만하다. '만찬'은 국내 독립영화로는 처음으로 부산영화제 폐막작이 됐다.

아시아영화에 대한 강조는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전 부집행위원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새 전기를 모색하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올해 경향에 대해선 긍정적 해석이 따른다. 2010년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명예 집행위원장으로 물러난 뒤 시작된 이용관 위원장 체제의 정착 신호라는 시각이 있다. 부산영화제도 상업성을 외면할 수는 없는데 정체성을 뚜렷이 내세울 만큼 자신감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프로그램이 다소 문제가 있었다는 자체 평가가 반영된 면도 있다"며 "올해처럼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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