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강의 사이드암 명성해태·삼성서 9시즌 동안 뛰며 3차례 구원왕 등 전천후 활약● 첫번째 고비, 팔꿈치 수술선수 생명 위기 순간 일본행최고 160km 구위 되찾고 야쿠르트의 수호신으로 부활● 두번째 시련, 더 큰 무대 도전인대 수술 후에 미국 진출 선언루키리그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 한미일 야구 섭렵 4번째 선수로
우리 나이로 38세에 이룬 아메리칸 드림, 한 때 국내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임창용(37ㆍ시카고 컵스)이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늘 물음표였다. 하지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끝은 늘 해피엔딩이었다. 5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 전격 입성한 임창용은 수 차례 고비를 딛고도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으로,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도 태평양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그는 1995년 KIA의 전신인 해태에 입단해 4시즌을 뛰며 역대 최강 사이드암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물 흐르듯 유연한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가 일품이었다. 삼성으로 이적 후 프로 통산 9시즌 동안 104승 66패와 168세이브, 평균자책점 3.25를 올렸다. 30세이브 이상을 4차례 거뒀고, 3차례 구원왕에 오르며 오승환(삼성)의 등장 이전까지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군림했다. 선발 투수로도 5시즌에서 두 자릿수 승을 올릴 만큼 보직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했다. 잘 나가던 그에게 첫 번째 고비가 닥친 건 2005년이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임창용은 구속이 급격히 떨어져 선수 생활의 위기까지 거론됐다. 때문에 2006년과 2007년 개점 휴업하다시피 했는데 2007년 말 난데없이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혹평이 나오던 시기였다. 그러나 임창용은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 팔꿈치 상태를 회복하고 체계적인 재활과 훈련을 거쳐 오히려 전성기를 웃도는 최고시속 160㎞의 강속구를 되찾은 것. 단숨에 야쿠르트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임창용은 2011년까지 4시즌 동안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1승2패35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46을 찍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주변에서의 대우와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시련은 또 찾아 왔다. 2012년 오른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다시 수술대에 오른 것. 야쿠르트는 복귀 기약이 없던 임창용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그러나 임창용은 이번에도 세간의 예상을 뒤엎는 선택을 했다. 시카고 컵스와 스플릿 계약(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리그 연봉이 다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타진했다. 야쿠르트에서 검증된 임창용이었기에 재활을 마치고 일본에 남을 경우 괜찮은 몸값에 새 둥지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미련 대신 꿈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피나는 재활에 매진한 임창용은 루키리그와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치며 꾸준히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더니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이로써 임차용은 이상훈(고양 원더스 투수코치), 구대성, 박찬호(이상 전 한화)에 이어 한국 선수로 4번째로 한ㆍ미ㆍ일 프로야구를 섭렵한 선수가 됐다.
시카고 컵스는 5일 임창용을 40인 로스터에 포함했다고 발표했다. 임창용은 삼성 소속이던 2002년에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미국행을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65만 달러라는 형편 없는 입찰금액 탓에 포기했다가 결국 우리 나이 서른 여덟에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2008년 일본 진출 당시 외국인선수 최저연봉(1,500만엔ㆍ약 2억원), 이번엔 2년간 최대 500만달러(약 54억원)고 그마저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면 보장 금액이 아니었다. 돈 보다 꿈을 쫓은 임창용의 선택은 항상 더 귀한 가치를 입증했다. 한편 임창용은 야쿠르트 당시 등번호였던 12번을 달기로 했다. 승격과 함께 이날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전부터 불펜 대기했으나 투구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데일 스웨임 컵스 감독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임창용에 대한 물음에 "그의 별명은 '제로(zero)'라고 알고 있다"면서 "마이너리그에서 잘 던진 그가 빅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두고 보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임창용은 컵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통역을 통해 "100년 된 염소의 저주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입을 답했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컵스와 디트로이트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 한 관객이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다 저지당하자 "컵스는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었고, 컵스는 1908년 이후 100년 이상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임창용의 빅리그행 소식에 일본 언론과 누리꾼들도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임창용은 6일부터 시작되는 밀워키와의 홈 3연전에서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