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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기자의 청진기] 위험분담제 기대에 부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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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기자의 청진기] 위험분담제 기대에 부합할까

입력
2013.09.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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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사이 전립선암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별다른 증상 없이 발병하기 때문에 발견되면 이미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전이된 전립선암은 호르몬요법으로 치료한다.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1, 2년 지나면 효과가 줄어 항암제를 쓴다. 항암제가 안 듣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사실상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호르몬치료와 항암치료가 안 되는 전립선암에 쓸 수 있는 치료제(자이티가)가 새로 나왔다. 호르몬약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너무 비싸다. 한 달에 450만원 선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느냐는 정부가 유효성과 안전성,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그런데 많은 약들이 유효성과 안전성이 증명됐어도 비용 대비 효과 기준 때문에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약효 유지 기간이나 환자 수 등을 종합해보니 증상 완화나 생존율 향상 같은 효과가 팍팍한 보험 재정을 가져가는 만큼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약을 써야 하는 환자나 의료진은 속이 타 들어간다.

이에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하기로 했다. 2014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위험분담제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환자들의 요구와 질환의 심각성 등을 감안해 특정 약에 우선 보험을 적용하고, 이후 제약회사가 판매 금액의 일부를 보험에 반환하는 것이다. 정부와 제약사가 보험 재정의 위험을 나눠 지자는 취지다. 보건당국은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없거나 다른 치료법이 없는 중증질환, 희귀질환 치료제를 위험분담제 우선 적용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이 발표가 나온 직후 제약업계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예외적인 방법으로 자사 약이 보험에 등재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환자들과 의료계의 기대도 크다. 그림의 떡이던 약을 먹고 나을 수 있다, 방법을 알면서도 치료해주지 못했던 안타까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인터넷에는 자이티가뿐 아니라 레블리미드(다발성골수종), 길레니아(다발성경화증), 아바스틴(대장암) 등 위험분담제 혜택이 꼭 필요하다는 약들이 앞다퉈 소개되고 있다.

보험 재정은 한계가 있다. 많은 약이 위험분담제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복지부는 "선정 기준과 절차, 시기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학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도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신중한 평가 없이 발표부터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설익은 정책에 많은 환자들이 희망을 품었다. 환자들이 감당해야 할 절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심한 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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