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에도 여야 대치 정국의 엉킨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이 정기국회와 10월 재보선에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는데다 통진당 사태로 조성된 공안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안 처리를 전후해 이미 공세의 타깃을 '민주당'으로 분명히 했다. 지난해 총선 등에서 통진당과 야권연대 파트너였던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을 겨냥, 이석기 의원 등의 원내 진출에 대한 책임을 지우겠다는 포석이다.
단기적으로는 한달 넘게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을 압박해 원내 회군을 재촉하는 데 목표를두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여당 입장에서는 입법과 예산안의 원활한 처리가 절박한 현안이다. 이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데, 민주당이 회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공안정국을 통해 10월 재보선 및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정권 심판' 정서를 약화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현재 수세적 입장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통진당의 내란음모 사태가 민주당이 주도하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조사와 장외투쟁 등의 전면적 대여 공세를 일거에 덮어버리는 바람에 제1 야당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 당론을 정함으로써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는 새누리당의 공세와 통진당 사태 처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파고는 일단 넘긴 셈이다. 나아가 민주당은 하루빨리 통진당 이슈를 사법부로 넘기고 국정원 개혁 등의 불씨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물론 여야가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한다 해도 공안정국의 그림자는 사그라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새누리당이 국회 윤리위에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제명 등을 담은 징계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의원 및 같은 당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도 윤리위에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윤리위 소집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만큼 국회가 정상화해도 민주당이 수세 국면을 전환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공안정국의 영향이 국정감사까지 지속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03년 국감에서는 재독 사회학자인 송두율 교수의 친북행적 논란이 이슈로 떠올라 '송두율 국감'으로 진행됐던 전례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회담에 소극적인데다 통진당 사태가 1, 2주 내에 가라앉을 이슈가 아니어서 민주당의 고민이 더 클 것"이라며 "민주당이 빈손으로 회군할 수도 없어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