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전격 작전이었다.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국회의원 회관을 들이닥쳐 이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뒤 곧바로 법원에 인치했다. 형사소송법상 문제는 없지만 영장실질심사 전날 구인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가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것은 오후 4시26분. 본회의장을 빠져 나온 이 의원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바로 국회 의원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국정원이 이 의원 신병확보에 나선 것은 동의안이 가결된 지 2시간50여분 뒤인 오후7시18분. 의원회관 출입구에 경찰 수 십 여명이 배치되기 시작한 데 이어 국정원 직원 30여명이 이 의원 사무실로 향해 구인장 집행에 나섰다. 문 앞에 대기하던 통진당 당직자들은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변호사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격렬히 저항했다. 몸싸움이 빚어지자 경찰이 증원됐고 버티다 못한 이 의원은 오후8시10분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구인장 집행에 응했다.
국정원은 급하게 구인장 집행에 나선 데 대해 "도주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1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이 의원이 신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피해 잠적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진당은 "사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국정원이 무리하게 의원실에 난입했다"고 반발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원지법으로 이 의원을 호송했다. 법원은 이 의원을 상대로 인정신문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수원남부서에 유치했다. 이 의원은 법원 심사장으로 들어가면서 "내일 자진 출두하겠다고 했는데 갑작스레 국정원이 국회로 들어와 이렇게 왔다"며 "조사에 담담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도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진작에 찬성 당론을 정했기 때문이다.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거침없이 체포동의안 찬성 표결을 확인했다.
반면 통진당은 본회의 전후로 표결 지연 내지는 방해에 나섰다. 본회의장에 입장한 통진당 김미희, 김선동 의원은 본회의 시작 전 발언대로 가서 체포동의안 부결, 결사반대 등을 주장하다가 국회 경위들의 제지를 받고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고성을 주고 받기도 했다. 본회의에 앞서 여야가 찬성당론을 정한 때문인지 이석기 의원은 본회의 내내 표정이 굳어있었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앞서 "체포동의요구서에서 밝힌 녹취록 자체가 편집, 짜깁기라는 주장이 있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질문에 "편집되거나 짜깁기 된 일이 없다고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체포동의안은 찬성 258명, 반대 14명, 기권 11명, 무효 6명으로 가결돼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 진원지를 놓고 여야간 책임공방 가능성도 예상된다. 통진당 소속 6명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나머지 의원 가운데 최소 8명이 반대하고 11명이 기권, 6명이 무효표를 던진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내란음모 혐의 적용 부분과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해 온 야당의 율사 출신 의원들 표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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