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5월 12일 지하혁명조직(RO) 비밀회합에서 나온 '총기탈취', '시설파괴' 발언에 대해 4일 "한 두 명이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강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같은 당 이석기의원의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비밀회합 당시 전쟁이 임박했고, 군사적 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정세분석에 이어 조직원들의 무장 투쟁 방안이 쏟아졌던 점에 비춰 이 대표의 농담 치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한국사회가 1950년대의 매카시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4시간여 앞둔 시점이다.
이 대표는 "130여명 참석자 가운데 한두 명이 우연히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한, 매수된 자와 같은 분반에 속해 토론하면서 총기탈취니 시설파괴 등을 말했을 뿐"이라며 "다른 6개 분반 110여명은 총기탈취나 시설파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농담처럼 말하거나 누군가 말해도 웃어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개 조에서 '그러면 총이라도 구해야 하는 거냐' 등의 말이 나왔는데 그 때마다 웃음이 이어졌다"며 "분반토론에서 나온 말을 요약해서 전하면서 분위기는 전달하지 않고 총기 등의 발언만 나열하다 보니 녹취록에는 마치 총기를 구하자는 등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처럼 읽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녹취록을 보면 이석기 의원의 모두 강연에 이어진 분반토론은 각자의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철도교통 통제시설과 전화국을 파괴하고 장남감 총기를 살상용으로 개조하며 사제폭탄을 제조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거론됐다. 특히 이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북한이 무장투쟁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한 자루의 권총 사상'을 인용하며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어 이를 농담으로 치부하는 것은 군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당시 회합이 통상적인 당원 모임이라는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대표는 "5월 12일 모임에 한 명이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내란모의를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면, 이 의원은 앞서 5월 10일 모임에서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으니 다음에는 아이를 안고 오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대표는 이어 한국사회를 '색깔론', '매카시즘'으로 규정하며 자신들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는 "한 두 명의 말을 근거로 내란모의니 내란선동이니 한다면 우리 사회는 단 한 사람도 농담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라고 논리를 비약하기도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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