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미납 추징금 1,672억원 전액을 자진납부 해도 현재 진행중인 수사는 원칙대로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진납부가 이뤄질 경우 전씨 아들들의 신병처리 수위를 낮추고 수사 확대를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49)씨의 경우 외삼촌 이창석(62)씨가 경기 오산 땅을 재용씨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이미 구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납 추징금을 납부했다고 공범 격인 재용씨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다면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장남 재국(54)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앞서 검찰은 재국씨의 한남동 땅을 차명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57)씨를 체포했다 풀어줬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재국씨의 공범 혐의를 집중 추궁했고, 이씨에게서 의미 있는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남 재만(43)씨에 대한 수사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재만씨에 대한 수사 여부는 불투명했으나, 검찰은 전씨 일가의 국내외 재산 은닉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재만씨의 장인 이희상 회장이 운영하는 동아원을 2일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4일 "전씨 일가의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는 검찰과 딜(거래) 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검찰이 (자진납부 논의에) 관여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씨 일가가 미납 추징금을 전액 납부할 경우 검찰이 아들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낮출 가능성은 있다. 예를 들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를 하기보다는 불구속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기본적으로 미납 추징금을 전액 환수하는 게 이번 수사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전씨 측에서 미납 추징금을 완납하면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인 사안 외에 전씨 자녀들의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 확대를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씨 자녀들의 차명재산 수사만 해도 자금 출처가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임을 밝혀내고 법원에서까지 인정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공사 압수수색에서 나온 미술품 수백 점의 매입 자금이 전씨의 비자금이란 것을 일일이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전씨 아들들의 혐의는 대부분 조세포탈 등 개인적 비위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진행 중인 수사는 어떻게든 마무리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지난달 12일 집행팀에서 수사팀으로 전환하고, 자녀들에 대한 수사를 차례차례 진행했다.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에 대한 무언의 압박 강도를 높여온 것이지만, 전씨 일가는 무작정 버티기가 통했던 전례만 믿고 미적대다 실기(失期)를 한 셈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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