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추세 속에서 사용 인구가 적은 소수언어가 빠르게 사라지는 가운데, 대표적 다언어 국가 인도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200개 이상의 언어가 소멸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수언어 보존운동을 하는 비영리조직 바샤 트러스트는 인도에서 4년 간 진행해온 언어 다양성 조사 결과를 5일 뉴델리에서 발표한다. 이번 조사에는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안다만니코바르제도, 히말라야 지역, 북동부 부탄·중국 접경지역 등 최변방을 포함한 인도 전역에서 구술, 문자, 민요 등에 사용되고 있는 언어들을 수집했다. 50권으로 예정된 조사 보고서 '인도 국민언어 조사'는 5일 첫 다섯 권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공용어 22종을 비롯해 모두 870종. 1961년 인구총조사에서 조사된 언어종수 1,100종보다 230종이 줄어든 수치다. 연구책임자 가네시 데비는 "(인도 대표적 공용어인) 힌디어와 영어의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많은 언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 소수언어의 소멸 현상은 근본적으로 언어 다양성의 근간이었던 부족사회가 도시화, 산업화로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 소멸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해안지역이다. 양식기술의 발달로 생계 기반을 잃어버린 어부들이 생계를 위해 대거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는 탓이다. 데비는 "어부들이 도시 언어권에 편입되면서 바다와 어업에 관한 풍성한 어휘들이 급속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목민 언어의 소멸 속도도 이에 못지 않은데, 이는 카스트제도의 잔재로 천민 취급을 받고 있는 유목민들이 도시에 편입된 뒤 출신을 감추려 고유언어 사용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부 자르칸드주는 경제성장 혜택을 입으면서 주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부족사회의 언어가 더욱 강화되기도 했다. 데비는 "가족주의 전통의 약화로 대부분 언어에서 친족 호칭 어휘가 사라지고, 자연과의 단절로 생태 관련 어휘가 소멸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데비는 그러나 "200년 간의 피식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800종 넘는 언어가 살아있는 곳은 인도가 유일하다"면서 인도 소수언어 대부분이 멸종될 것이라는 관측에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고유 언어를 쓰는 부족집단이 여전히 190개에 이른다는 점도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유네스코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구상 현존 언어는 6,000~7,000종으로, 이중 사용 인구가 1,000명 이하인 언어가 1,500종에 이른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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