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이례적으로 4일 '국제기관 평가지표의 문제점'이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이날 발표한 2013년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48개국 중 25위로 지난해보다 6단계 하락한 데 따른 반응이다. 기재부는 "같은 지표라도 설문ㆍ통계 등 평가방식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크다"며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하는 경쟁적 순위와 비교해 WEF의 순위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려 애를 썼다. 예를 들어 인터넷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가 WEF 순위에서 '이동전화 이용자수' 70위, '국제 인터넷 대역폭' 60위라는 게 말이 되냐는 거다.
기재부의 이런 반응은 낯설기 그지없다. 기재부는 올 5월 IMD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 때 "1997년 IMD 조사 이후 국가별 경쟁력 순위 최저점 대비 상승폭이 19단계(41→22)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었다. 1년 전 WEF 2012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19위로 순위가 5단계 상승했을 때는 더했다. 기재부는 당시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 보낸 서한까지 인용하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혁신 국가 중 하나임을 인정한 것이며 전후 가장 성공한 경제성장 사례"라고 자랑했었다.
이날 기재부의 장황한 설명이 없더라도 WEF, IMD 등의 민간기관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욱이 이 순위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경쟁력 순위를 정부 부처에서 공식 발표하는 나라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기재부가 국가경쟁력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 하는 모습이 딱해 보이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기재부가 '국가경쟁력 순위' 그 자체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경쟁력 순위 하락이 집권 초기 정권에 부담을 줄까 걱정된다"는 기재부 관계자의 말에서는 조바심마저 느껴졌다.
정부가 성급함 때문에 경제 정책에 실패하는 상황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비유하곤 한다. 적당한 온도의 물이 나오길 기다리지 못하고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리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만 교대로 나오게 한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제가 5년 만에 부활하면서 14개 부처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로 위상이 높아졌다. 순위 발표에 일희일비하는 모습 보다는, 보고서가 지적한 문제를 점검해 우리 경제의 체력을 키울 방법을 우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청와대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동현 경제부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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