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 통과에 대해 "진보 가운데 건강한 세력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이 의원을 포함한 경기동부연합 중심의 통진당 당권파를 겨냥해 "아직도 골방에 앉아 1980년대 사회변혁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면서 '낡은 진보' '골방 진보'로 규정했다. 정의당의 참여계와 민중민주계는 2011년 12월 통진당 당권파와 통합했다가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9월 결별했다.
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국가정보원의 수사 의도를 경계하면서도 "혁명 교두보를 운운한 것이 헌법 질서를 부인하는 태도라면 국회의원이 되지 말고 정당도 만들지 않았어야 한다"고 이 의원과 통진당 당권파를 비판했다.
_정의당이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 당론을 결정한 이유는.
"국정원 수사는 (정국전환 등) 다른 의도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이 의원의 행위가 적법하거나 정당한 것도 아니다. 이런 논란은 사법부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 것이고 이 의원은 사법부의 호출에 특권을 내려놓고 임해야 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_이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의 의미는 무엇인가.
"진보에는 건강한 부분도 있고 못난 부분도 있다. 국민들은 이제 진보를 다 똑같이 보지 않을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 과거 사고방식 그대로 갖고 있던 분들은 자기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은 별개의 문제다. (이번 사태로)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약화되지 않았다."
_이 의원 체포동의서를 본 느낌은.
"황당하고 위험하고 한편으로는 유치한 수준이다. 특히 총기수집 운운은 발상 자체가 문제다. 사상의 자유는 있지만 폭력과 무력 사용을 당연시하고 인명 피해조차 거리낌 없이 토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반도가 세계 혁명의 근거지가 될 것이라는 등의 말은 80년대 논리이며 이 의원 강연은 깊은 사고와 풍부한 자료에 근거하지도 않았다."
_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총기탈취를 농담이라고 해명했는데.
"기가 막힐 해명이다. 그 동안 사실을 부인하다 동의안 표결 직전 해명한 것 자체가 진실을 회피하려 한 반증이다. 농담 운운은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을 놀리는 일이다."
_한때 통진당과 '한솥밥'을 먹은 정의당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나.
"4ㆍ11총선에서 통진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이 의원 등이 비례대표가 됐다. 정의당으로 갈라져온 나온 우리도 국민에게 죄송한 면이 없지 않다."
_진보의 위기 아닌가.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 자체는 변함없이 올바르다. 다만 '나만 옳다'는 독선ㆍ패권주의가 문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제적 사고방식이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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