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올해도 물가가 심상치 않다. 유례없는 폭염과 집중폭우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해 출하량이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배춧값이 한 달 새 60% 올라 포기당 전국 소매 평균가가 5,200원이고, 포도는 작은 상자 한 박스에 1만원을 훌쩍 넘었다. 상추와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등 다른 농산물 가격도 15~30% 이상 뛰었다. 수산물 가격도 동해안까지 퍼진 적조 여파와 어획량 감소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방사능 오염 우려로 수입산 마저 급감해 추가 가격상승이 우려된다. 매년 추석 무렵이면 물가걱정을 먼저 해야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정부는 민생안정 차원에서 주요 농축수산물 등 31개 추석 성수품 물가 집중관리에 나섰다. 배추와 사과, 명태 등 31개 품목의 시장물가를 매일 점검하고, 성수품 공급을 확대키로 했다. 정부로서는 명절 때마다 반짝 단속과 일회성 공급확대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장 물가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부터 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최근 한 민간연구원이 실시한 살림살이를 힘들게 하는 요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39.2%가 '체감 물가'라고 답했다.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로 10개월 연속 1%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해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1.3%에 그친 것은 물가지수 조사 시점인 월 초에 화장품업체들의 할인 공세가 몰려 농산물 가격급등을 상쇄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배추(1.7)와 고등어(1.5)의 물가지수 가중치가 선크림(2.4)과 로션(2.0) 보다 낮다 보니 화장품값 하락(10.1%)이 지표물가를 끌어내렸다. 현실과 다른 가중치와 착시효과가 정부 통계치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물가안정 대책 마련에 앞서 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물가지표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농민들과 약속한 유통구조 개선과 합리적인 수급조절 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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