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비극을 고발하기 위해 '위안부 소녀상'(사진)을 직접 만들었다.
4일 서초고(서초구 서초동)의 무궁화 나무 옆에 설치된 소녀상은 학생과 교직원 등 이 학교 구성원들이 똘똘뭉쳐 마련한 '작품'이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견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소녀상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미술반 학생들은 도안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서초고 위안부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학교 측은 당초 광복절을 앞둔 지난달 12일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본뜬 동상을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저작권 위반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체 위원회를 꾸려 별도 소녀상을 세우게 됐다.
두 손으로 태극기를 꼭 쥔 소녀는 일제의 만행을 꾸짖듯 눈을 부릅뜬 채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소녀상 도안에 참여하면서 곳곳에 역사적 의미를 담았다.
가령 소녀가 걸터앉은 벚나무 등걸은 위안부 존재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울분의 표시다. 나비 모양의 노리개는 해방이 되면 나비처럼 훨훨 날아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녀의 염원을 형상화했다.
이대영 서초고 교장은 "평소 학교 현관에 독도 실시간 영상 중계기를 설치하는 등 나라사랑 교육을 강조해왔다"며 "위안부 소녀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이 나라사랑임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서초고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할 예정이다. 비슷한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곳에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제막식은 5일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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