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자극적인 소재다. 극단적인 인물들이 극단적인 이야기를 그려낸다.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장면들 속에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전시한다.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장편 '뫼비우스'는 소재만으로 문제적 영화다. 불륜에 빠진 남편(조재현)에 대한 복수심에 아들(서영주)의 신체를 훼손하는 엄마(이은우)의 잔혹한 사연이 이야기의 출발이다. 죄책감에 젖은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혼신을 다하지만 아들의 신체는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결국 가족은 피비린내 나는 파국을 맞는다. 영화는 이 끔찍한 이야기를 기발하다고 하기엔 민망한 표현법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날 것의 펄떡이는 에너지는 아찔하게 강렬하다. 김기덕답다. 어깨에 칼을 꽂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 돌로 피부를 문질러 고통스레 쾌락의 정점에 다다르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 등은 김 감독의 인장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제목이 암시하듯 끝 없이 이어지는 욕망의 굴레를 드러내려 한다. 신체를 훼손 당하고도 여전히 욕망이란 이름의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장 인물들의 운명이 처연하다. 영화는 남근주의 사회에 대한 냉소적 비판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훔쳐보기식 카메라 움직임은 수컷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면서 불편하다.
지난해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감독의 후속작치곤 완성도는 다소 실망스럽다. 근친상간을 묘사하는 장면 등이 문제가 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두 차례 제한 상영가 등급 결정을 내린 작품이다. 3분 가량을 삭제해 개봉하는 이 영화는 소재와 표현 방식만으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될 만하다.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 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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